올 5월 제19대 대선 후보들은 모두 자신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그들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은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어두워 보이는 오늘날 경제 상황을 해결할 돌파구이자 열쇠다. 그러나 ‘있어 보이는’ 이 용어, 4차 산업혁명이란 대체 뭘까?
이 책은 대학교수와 평론가, 연구소장 등 전문가 7인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의와 함께 현재의 과도한 열풍을 진단하고, 기술 혁명과 인간의 공생을 위해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 글을 모은 것이다. 저자들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혹적인 말에서 한 걸음 물러나 사안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정치, 기술 철학, 콘텐츠, 권력, 미디어 등 분야에서 다각도로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다보스포럼 회장 클라우스 슈바프가 ‘정보기술을 통해 혁신을 일으키려는 기업이 고려해야 할 지향점’이라고 언급한 이후 국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 실체나 용어 정의가 명확히 합의되지도 않은 상태로 미디어에서 ‘소비’됐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비롯한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선 “한국 사회 적폐와 구질구질한 현실을 돌파하는 혁신적인 해법”으로 등장했다.
반면 책은 기술 혁신이 곧 사회적, 경제적 혁신이란 환상을 만들어 냈다고 비판하면서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19세기 유럽의 산업혁명은 생산력을 급격히 증가시켰지만 인간 소외 현상을 초래했다.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맞아들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구호로만 소비하지 말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인간적인 의제 설정과 조정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학술적으로 쓰인 글이라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앞으로 새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정책과 관련해 수많은 판단과 선택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길잡이 도서가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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