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그림 작가이자 수필가인 사노 요코(1938∼2010)와 최정호 전 연세대 교수(84)는 1967년 독일 유학시절 처음 만났다. 각각 기혼이던 둘은 이후 40여 년간 편지를 주고받았다. 최근 최 전 교수가 펴낸 ‘편지’(열화당)란 책에서 사노의 손편지(사진)를 볼 수 있었다.
‘웬일인지 당신이 정말로 가까운 장래에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난 유명한 사람이 싫기 때문에 낭패로군요.’(1967년·사노 29세 때) ‘도쿄에 도착하시면 절대로, 반드시 전화를 걸어주시기를.’(1978년·40세 때) ‘친애하는 미스터 최, 임플란트를 하고 배용준 씨처럼 이를 내보이며 웃음을 이어가면서 행복한 일생이 되시기를. 오래 살아주세요.’(2008년·70세 때)
그녀의 마음이 짐작됐다. 존경이 애정으로 발전한 감정이 아니었을까. ‘고인이 된 쉰다섯 분의 편지’를 실은 책이라 최 전 교수가 어떤 답신을 했을지는 알 도리가 없다. 다만 다른 쉰네 명은 몰라도 그가 사노에게 보낸 편지 한 통쯤은 실었더라면. 그리고 ‘미스터 최’의 편지가 좀 더 애틋했기를…. 그것이 여자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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