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27일 수요일 흐림. 헬. #264 Soilwork ‘Helsinki’(2016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헤비메탈 팬을 흥분시킨 적 있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북유럽 정상들을 백악관 만찬에 초청한 자리에서다. 핀란드의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에게 그는 이런 덕담을 건넸다. 이를테면 ‘한국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죠. 케이팝도 압니다. 김치도요’ 하는 식으로.
“핀란드는 인구 대비 가장 많은 헤비메탈 밴드를 보유한 나라죠. 국정도 안정돼 있고요.”
헤비메탈 팬들은 역시 오바마가 뭘 안다며 수군댔다. 그가 자일리톨 대신 메탈을 운운한 것은 빈말이 아니다.
핀란드가 메탈 강국임을 증명하는 통계가 엄연히 있다. 누군가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인구 10만 명당 헤비메탈 밴드 수를 조사했는데 이웃한 메탈 강국 2위 스웨덴(27.2개)을 멀리 따돌리고 핀란드가 1위(53.5개)를 차지한 것이다.
메탈 밴드를 할 때 북유럽은 예루살렘이나 메카쯤 되는 지역이었다. “인 플레임스는 스웨덴, 딤무 보르기르는 노르웨이…. 그리고 이 팀은 핀란드? 아, 북유럽에 독사가 우글거리네.” 드러머 E와 이런 대화를 종종 나눴던 것이다. 특히나 북구인들은 헤비메탈 중에서도 극단적인 사운드와 메시지를 자랑하는 ‘익스트림 메탈’ 장르에 특출했다. 신비로운 북구 신화와 바이킹 역사, 호수와 숲이 끝없이 펼쳐진 다소 어둡고 이국적인 자연환경 때문일까.
이번 출장에서 확인했다. 그중 으뜸이 핀란드라는 걸. ‘예테보리 사운드’라는 장르명까지 보유한 스웨덴의 음악 관계자들도 “핀란드야말로 메탈의 나라”라고 입을 모았다. 쿠엔틴 타란티노도 즐겨 찾는다는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 음반점과 악기점을 돌아보며 ‘역시 스웨덴!’을 외쳤건만 다음 행선지인 핀란드 헬싱키는 다른 세계였다.
헬싱키 대성당의 아름다운 자태,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내 정경…. 헬싱키의 속살은 따로 있었다. 들어가는 음반점마다 지옥도. 울창해 칠흑 같은 침엽수림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온 불길한 신비 같은 아우라…. 그 북유럽 메탈의 정경이 거기서 기다렸다. 알파벳순으로 정리된 메탈 음반 서가에서 ‘A’ 섹션의 끝까지 살피는 데만도 한참 걸렸다. 핀란드 신화 ‘칼레발라’를 노래하는 밴드 아모피스의 전곡 가사집도 있었다.
오죽하면 스웨덴 메탈 밴드 소일워크가 ‘Helsinki’란 노래까지 냈을까. 헬싱키 시내 메탈 바에서 밴드 ‘칠드런 오브 보덤’이 2666년까지 예약해둔 별실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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