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시 ‘보름달에게’ 마른 매무새가 날카롭다 싶었는데 몸이 점점 불어난다. 어느새 둥그렇게 떴다.
언제나 같은 모양인 해와 달리 달은 날마다 조금씩 모양이 변한다. 마르면 마른대로, 반쪽이면 반쪽인 대로, 둥글면 둥근 대로 아름답다.
이해인 수녀는 그 둥근 보름달을 둥글게 만져진 마음에 빗댄다. 한때는 각이 졌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서리가 닳은 마음이다.
이렇게 마음이 보름달처럼 둥글둥글해지니 사람들이 다 보름달로 보인다. 너도 나도 둥근 모양이니 부딪칠 일이 뭐가 있으랴. 이 ‘기적’이 어디서 왔는가 하면, ‘당신’ 때문이다. ‘당신이 있어/ 추운 날도 따뜻했고 (…) 슬픔 중에도 웃을 수 있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마음이 둥글어지니 이런 기적이 생긴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합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는 기적이다.
오늘은 보름달이 뜨는 추석이다. 일가친척을 만나는 자리지만, 긴 연휴여서 가족들과 오래 부대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가족이란 결국 ‘추운 날도 따뜻했고, 슬픔 중에도 웃을 수 있는 위로를 받게 되는’ 힘이 아닌가. 그러니 얼굴 맞댄 가족에게, 쑥스럽지만 이렇게 얘기해보면 어떨까.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합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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