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노벨상]“위대한 작가 발자취 나도 따라걸어”
국내 서점가도 돌풍… 판매량 급증
일본계 수상에 日신문들 호외 발행
“노벨상을 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늘 아침 머리라도 감고 나왔을 텐데요….”
5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한 출판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즈오 이시구로는 자신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전혀 뜻밖이라는 소감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 그는 “동시대의 위대한 작가들도 타지 못한 상을 내가 탔다고 하니 마치 사기처럼 느껴졌다”고도 했다. 앞서 그는 수상 직후 자택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도 “에이전트로부터 수상 소식을 듣고 ‘가짜 뉴스’의 희생자가 된 게 아닌지 의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가수 밥 딜런이 열흘 넘게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과 달리 이시구로는 수상 소감을 즉각 피력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은 앞선 시대의 위대한 작가들이 남긴 발자취를 나도 따라 걷고 있음을 뜻한다. 대단한 영광이자 훌륭한 표창”이라고 했다.
이시구로의 수상 소식에 국내 출판시장은 곧바로 들썩였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7일 오전 9시 반에 개장하자마자 그의 책을 찾는 고객들로 붐볐다. 회사원 홍승범 씨(28)는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라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해서 일찍부터 서점을 찾았다”며 “대표작인 ‘남아있는 나날’과 ‘나를 보내지 마’에 특히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이 서점은 이시구로의 작품만 별도로 모은 판매대 2개를 새로 마련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노벨 문학상 수상 전 일주일 동안 6권이 판매됐던 이시구로의 책은 수상 직후 이틀 동안에만 1944권이 팔렸다. 대표작 ‘남아있는…’과 ‘나를… ’은 예스24의 일별 종합베스트셀러 순위 1, 2위에 나란히 올랐다. 알라딘도 수상 전 한 달 동안 이시구로의 작품이 17권 팔렸으나 수상 직후부터 6일 오전까지 885권이 나갔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계 영국인인 이시구로의 선정 소식에 일본 열도는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각 신문은 호외를 발행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즉각 “일본에도 많은 팬이 있다. 함께 축하하고 싶다”는 축하 메시지를 발표했다.
NHK는 수상 직후 뉴스에서 작가의 출생지인 나가사키 거리의 시민들 반응을 전하고 대형서점마다 이시구로 코너가 단장되는 장면을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내 세계관에는 일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 일부는 언제나 일본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그의 발언을 비중 있게 전했다. 일부 매체는 50여 년 전에 그를 가르친 나가사키 지역 유치원 교사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91세의 이 교사는 “어린 이시구로가 동화책을 잘 읽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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