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끄지 마세요” “휴대전화도 켜두세요” “괴성 대환영” (…) 지난 10일부터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난타‘. 우리나라 최초의 논버벌(non-verbal·無言) 뮤지컬을 내건 퍼포먼스다.’(동아일보 1997년 10월 23일자 16면)
초연 당시 이 공연을 주목했던 기사의 첫 부분은 20년이 지나도 현재진행형이다.
뮤지컬 ‘난타’. 삐삐는 거의 사라졌지만 휴대전화 벨소리, 관객들의 고함소리는 지금도 공연 내내 가능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제목이 암시하듯 공연 자체가 시끌시끌해서다. 공연은 주방을 무대로 프로 요리사 셋이 좌충우돌 신참 요리사와 함께 피로연 음식을 준비한다는 내용. ‘주방’이라는 공간과 ‘난타’의 콘셉트는 꼭 들어맞았다. 냄비, 물통, 도마, 칼, 절구 등 주방의 요리기구들은 모두 소리를 낼 수 있는 것들. 손을 써서 음식을 만드는 것은 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행위였다. 초연 때의 소란스러운 흥분을 동아일보 기사는 이렇게 묘사했다.
“말은 없다. 리듬과 비트가 이들의 언어. 냄비 프라이팬 쓰레기통 철가방이 사물놀이가 되고 도마 위의 칼질이 설장구 가락으로, 손바닥으로 파리 잡기가 펑키 리듬으로 변한다. (…) 커다란 독 술통 다듬이 놋쇠그릇으로 만들어내는 ‘신토불이 칠채’의 총체적 울림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난타’는 ‘스톰프’ 등 넌버벌 퍼포먼스 뮤지컬이 세계적인 인기를 모으던 때 송승환 PMC프로덕션 대표의 구상으로 시작됐다. ‘스톰프’의 아류로 비칠 수도 있었지만, 작품 완성도가 높고 사물놀이와의 접목이 신선해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다.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는 것을 넘어 요리사 각자에게 캐릭터를 부여하고 갈등과 해소의 서사를 선보여 탄탄한 긴장감을 돋웠다. 20년이라는 시간을 지속해온 힘이기도 하다.
초연 때 호평을 받은 ‘난타’는 이후 국내 최초로 전용극장을 세웠다. 아시아 작품으로는 최초로 오프브로드웨이에 전용관을 두고 공연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지금까지 57개국 310개 도시에서 공연됐고 서울 명동과 홍대, 제주 등 전용극장에서 상설 공연 중이다.
20주년을 맞아 13일 오후 5시 충정로 전용극장에서 초창기 멤버인 배우 류승룡 김원해 장석현 정현석, 초연부터 지금까지 출연 중인 배우 김문수가 토크쇼와 난타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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