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경구 투여? 먹으란 소리 같긴 한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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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에 경구 투여하십시오.”

꿀 같은 연휴. 애꿎게 목감기가 찾아왔다. 딱히 병원 찾긴 그렇고. 마침 문을 연 약국에서 기침약을 샀다. 뻔한 알약, 하루 3번 2알씩. 근데 우연히 읽은 복용법에 살짝 멍했다. ‘경구 투여.’ 먹으란 소리 같긴 한데. 설마 딴 데 넣으란 건 아니겠지?

혹시나 해서 휴대전화 음성비서에게 물어봤다. 대답은 “연락처에 경구란 사람은 없다”란다. 또 당황했다. 학교 선배 이름인데 왜 없지. 어쨌든 국어사전 끝자락에 쓰인 경구(經口) 뜻은 이랬다. ‘약이나 세균 따위가 입을 통하여 몸 안으로 들어감.’ 그럼 투여는 또 뭐야. ‘역전앞’도 아니고.

이번 연휴 마지막을 장식한 건 한글날. 평소 한글 사랑에 열 올릴 깜냥도 못 된다. 하지만 이런 전문가나 알아들을 표현, 이젠 좀 사라지면 좋겠다. 최근 행정안전부는 제세동기(除細動器) 같은 몇몇 용어를 심장충격기 등으로 순화한다고 발표했다. 다행이긴 해도 어디 그것뿐이랴. 진짜 할 일 가운데 하나는 어려운 말도 쉽게 풀어 모두 알아먹게 하는 거다. 세종대왕께선 분명 그러자고 한글을 만드셨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경구 투여#복용법#한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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