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1일 수요일 흐림. 자유, 낙하. #265 Tom Petty ‘Free Fallin'’(1989년)
2일(현지 시간) 66세를 일기로 별세한 미국 로커 톰 페티에 열광해 본 적 별로 없다.
어떤 가수들은 그렇다. 닐 영, 브루스 스프링스틴, 밥 딜런 같은 이들. 본토에선 슈퍼스타이지만 한국에선 소수의 팬만 존재하는 음악가. 왜일까. 강력하고 인상적인 기타 리프가 고막을 비집고 들어와 폐부를 관통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아찔한 멜로디와 화성의 롤러코스터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것도 아니다. 케이팝을 좋아하는 외국인이래도 김광석, 조용필의 감성을 이해하기 힘든 것과 비슷한 이치일까. 일상 언어, 시어, 목소리, 멜로디가 복합적으로 상호 작용해 자아내는 뉘앙스의 게임을 외국인이 온전히 잡아내기는 힘들지 모르니까. ‘집 떠나와 열차 타고…’로 시작해 담담한 멜로디를 3절에 걸쳐 똑같이 반복하며 전개하는 이야기, 멜로디의 도약과 만나 ‘…이제 다시 시작이다’로 솟아오르는 몽글몽글한 언어의 느낌이 만들어내는 페이소스 같은 것들.
페티의 대충 부르는 듯한 미국 컨트리풍의 노래가 썩 와 닿진 않지만 그의 1989년 솔로작 ‘Full Moon Fever’의 첫 곡 ‘Free Fallin‘’만은 들을 때마다 가슴팍 어딘가를 쿡 찔러온다.
F장조의 악곡에서 페티가 쓰는 멜로디는 이웃한 세 개의 음, 라-솔-파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녀는 착한 여자지/엄마를 사랑하고/예수와 미국을 사랑해/엘비스에 미쳤고/말과 남자친구도 사랑해.’ 주인공은 그런 순박한 미국 여자를 잠시 이용하고 떠나버린 나쁜 남자다. 그러다 문득 노래는 후렴의 암초를 만나고 멜로디는 갑작스레 한 옥타브 위로 솟구친다.
‘파-라.’ 멋지고 쿨한 나쁜 남자가 시원하게 날아오른다. ‘나는 자유(And I’m free)’라고 외치다 그것이 실은 ‘자유낙하(I‘m free fallin’)’임을 털어놓는다(라-솔-파). 이것은 그저 자유로운 방랑을 자축하는 노래일까, 툭 털고 떠난 연인에 대한 회한과 반성의 노래인 걸까.
‘Free Fallin‘’을 반복해 듣는다. 멜로디는 도약과 착지를 반복한다. 시원하다. 서글프다. 흥겹다. 저려 온다. 지금 나는 자유일까, 자유낙하 중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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