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밤 진짜 오랜만에 대학 친구 집에 모였다. 와이프가 아이들과 여행을 간 덕에 집이 비었다나. 배 나온 중년들이 모여 봤자 할 일은 뻔할 뻔자. 고기 구워 술 마시고, 잡다한 수다 떨다 포커 치고. 결국 다 돌려주는 돈, 뭘 그리 열 냈는지. 또 한 번 행운의 찬스(?)를 기약하며 새벽녘에 헤어졌다.
그런데 24일 출근길에 웹툰을 보다 살짝 놀랐다. 네이버 ‘가우스전자 시즌3’에서 그날 밤 얘기했던 ‘초심(初心)’을 다룬 게 아닌가. “취직 준비할 때는 그렇게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 했는데…” “회사 생활에 치여서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하다”부터 “다시 한번 열심히 달려볼까”까지. 뭐,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할 만한 얘기건만. 얼마 안 돼 마주하니 기분이 묘했다.
다만 작가도 말했듯 초심도 어느 시점,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확확 달라진다. 엉뚱하게 10대 때 초심은 뭐였는지 떠올려봤다. 무조건 신나게 노는 것. 그럼 난 초심을 잃어버린 건가. 사전엔 ‘초심(焦心·마음을 졸여서 태움)’이란 단어도 있다. 쌀쌀한 가을, 좁쌀만 한 맘만 더 쪼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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