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운동회 때는 두 팀을 청군이랑 백군이라고 부르나요? 서로 반대되는 색을 쓰려면 청군 vs 홍군, 백군 vs 흑군 정도가 맞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 C로부터 ‘잡학사전’을 소개 받은 R
정말 감사합니다. ‘몰라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지만 알면 좋은 것을 찾아가는 재미’를 추구하는 잡학사전에 딱 어울리는 질문입니다.
사실 이상하기는 합니다. 미술시간에 배운 ‘보색(補色·반대색)’ 개념을 떠올려 보면 말씀하신 것처럼 ‘청군 vs 홍군’, ‘백군 vs 흑군’이 더 어울려 보입니다. 실제로는 초등학교 때부터 99.9% ‘청군 vs 백군’ 맞대결 구도지만요.
팀을 이렇게 나누는 이유는 ‘오방색(五方色)’ 때문입니다. 네, 박근혜 전 대통령 때문에 유명해진 낱말 그 오방색 맞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오방색을 “다섯 방위를 상징하는 색”이라고 풀이합니다. 그다음 “동쪽은 청색, 서쪽은 흰색, 남쪽은 적색, 북쪽은 흑색, 가운데는 황색”이라고 설명이 이어집니다.
일단 이 그림을 보면 이해가 가시죠? 그런데 사실 이 그림은 원래 뒤집어 그려야 맞습니다. 동양에서는 보통 남쪽이 정방향을 뜻하니까요. 그러면 한번 그림을 뒤집어 보겠습니다.
이러면 왼쪽(좌측)에 동쪽(청색)이, 오른쪽(우측)에 서쪽(백색)이 오게 됩니다. 여기서 나온 그 유명한 표현이 바로 ‘좌청룡 우백호’입니다. 원래 이 표현은 남주작, 북현무로 이어지는데, 주는 ‘붉을 주(朱)’, 현은 ‘검을 현(玄)’을 쓰기 때문에 오방색과 뜻이 통합니다.
이런 구분이 있기에 예전에 차전놀이를 할 때도 팀을 동부, 서부로 나눴습니다. 색깔도 당연히 청색, 백색을 따랐습니다. 문화재청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아래 사진을 보시면 두 팀이 서로 머리끈 색깔이 청색과 백색인 걸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전통이 이어져 운동회에서도 팀을 나눌 때 다른 색이 아니라 ‘청군 vs 백군’이 된 겁니다. 그러니 학교 선생님 여러분, 팀을 배치할 때 청군 백군을 엉뚱한 방향에 두시면 아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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