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 보자. 짚으로 지은 집이 있었어. 나무로 지은 집이 있었어. 벽돌로 지은 집이 있었어. 그 다음은 어떻게 되지? 거주자 협회를 만드나? 아가야, 미안. 나쁜 늑대가 없으면 이야기 자체가 되지 않아. ―‘템테이션’(더글라스 케네디·밝은세상·2012년) 》
주인공 데이비드 아미티지의 어린 딸은 책의 끝 부분에서 아빠에게 ‘아기 돼지 삼형제’를 들려달라고 조른다. 한 가지 전제도 단다. ‘나쁜 늑대’는 빼고 이야기해 달라는 것. 아미티지는 스토리를 만들다가 “이야기 자체가 되지 않는다”며 포기한다. 어떤 이야기라도 이야기에는 위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책에서 ‘위기 없는 인생이 있을까’ ‘한 번의 성공은 영원할까’ 같은, 어찌 보면 진부할 수 있는 물음을 던진다. 하지만 더글라스 케네디 특유의 빠른 스토리 전개는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책의 중반부에 이르면 어느 순간 독자가 아미티지가 된 듯한 느낌까지 준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11년간 작품 하나 팔지 못한 무명 시나리오 작가인 주인공은 어느 날 그의 작품이 지상파 시트콤으로 제작되면서 돈 잘 버는 할리우드 작가로 ‘꽃길’을 걷는다. 그는 아내를 떠나 새 여자를 만나고 인기에 취해 살아가다가 ‘상습 표절 작가’로 내몰리면서 나락으로 떨어진다.
빈털터리가 된 아미티지는 서점 아르바이트생으로 취직한다. 그러던 중 자신이 시나리오를 써 준 억만장자가 그를 추락시켰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복수를 통해 명예와 부를 되찾는다. 주인공은 책의 끝 부분에서 “우리는 누구나 나쁜 늑대의 그림자 아래에 있다”고 말한다. 삶은 크고 작은 위기의 연속으로 짜여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기는 누가,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작가는 ‘자기 자신’을 지목한다. 위기가 발생하면 남 탓으로 돌리지만 결국 매 순간 선택의 권한을 쥔 것은 자기 자신이란 의미다. 책에 등장하는 억만장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스스로 선택한 일에 희생된 거예요. 인생은 그런 겁니다. 누구나 선택을 하고 선택에 따라 상황이 바뀝니다.”
책에서 주인공은 위기를 극복했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못할 때도 많은 것 같다. 최근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정치인들처럼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몰락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들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혹시 한 번의 성공을 ‘영원한 성공’으로 착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뉴스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이 책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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