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면 몸은 천근만근인데도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친구가 알려줬다. “눈을 감고 잠자리∼해봐.” 서양에서 잠들 때 양을 세는 건 잠(sleep)과 양(sheep)의 발음이 비슷해서라나. 그러니 우리말로 ‘잠자리’ 해야 한다고. 그날 이후 잠자리 덕분에 잘 잔다.
휴일엔 욕조에 몸을 담그고, 구둣방에 들러 망가진 구두 굽을 고친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다. 잠자는 시간을 줄여 부지런히 쏘다녀야 보람찬 인생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생활의 반경을 줄이고 있다. 몸과 정신이 작은 휴식을 원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수납 전문가가 쓴 ‘토닥토닥 수고했어. 오늘도’(살림)에도 비슷한 조언들이 나온다. ‘침대의 시야에는 짐을 치우기,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털어 정리하기, 샤워기 헤드를 살짝 큰 걸로 바꿔주기, 욕실에 초콜릿색 타월과 녹색식물 두기, 다음 날 입을 옷을 전날 챙겨두기….’
고단한 우리가 쉴 곳은 집. 내년을 이끌 트렌드는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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