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트’의 아버지 英 리처드 해밀턴 아시아 첫 전시회…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서 내년 1월까지
《당신이 미술사에 관심이 있고, 그중에서도 팝아트에 대해 알고 싶다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리처드 해밀턴: 연속적 강박’ 전시(내년 1월 21일까지)에 가보기를 추천한다.
영국 팝아트의 거장인 리처드 해밀턴(1922∼2011)의 아시아 최초 전시다. 전시의 이해를 돕는 다섯 가지 정보를 소개한다.》
① 영국 팝아트
[1] 리처드 해밀턴의 자화상.
우리에게 친숙한 팝아트는 미국 앤디 워홀(1928∼1987)이 1962년 그렸던 ‘200개의 캠벨 수프 깡통’이다. 추상표현주의의 과도한 주관성에 반대해 소비문화와 풍속을 기반으로 삼은 미술의 한 경향이다. 그런데 미국보다 10년 전에 영국에서 팝아트가 태동했다는 사실! 그 중심에는 현대 미술가들로 구성된 인디펜던트 그룹이 있었다. 해밀턴은 그 핵심 멤버였다. ‘팝아트’라는 말도 이 그룹의 영국 비평가 로런스 앨러웨이가 1955년에 처음 사용했다.
② 인디펜던트 그룹
[2] 현대식 가전제품과 여배우 사진을 조합한 ‘$he’.1950년대 영국의 미술, 건축, 디자인, 비평 분야 인사들이 당시의 상업문화를 진지한 예술로 다뤄 보자고 뭉쳤다. 레이너 배넘은 자동차, 프랭크 코델은 대중음악, 해밀턴은 소비상품을 주제로 삼았다. 해밀턴의 ‘그녀($he)’는 진공청소기와 냉장고와 같은 현대식 가전제품과 ‘에스콰이어’ 잡지에 실린 여배우 비키 더건의 사진을 조합해 소비주의 욕구의 기계화를 드러냈다.
③ 최초의 팝아트
1956년 ‘이것이 내일이다’ 전시에서 해밀턴은 ‘오늘의 가정을 그토록 색다르고 멋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란 긴 제목의 작품을 선보였다. 미술사에 기록된 ‘최초의 팝아트’다. 테니스 라켓처럼 막대사탕을 들고 있는 근육질 남자와 누드 여인, 미국 할리우드 영화 간판, 자동차 회사 로고, 천장의 달 표면 사진들의 이미지를 오려 붙인 콜라주다.
④ ‘해밀턴’표 토스터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제임스 링우드 큐레이터는 말한다. “해밀턴은 새로운 미디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것을 갈구한 실험가였다. 그가 작업하는 이미지들 사이에 공통점은 거의 없지만 지적인 접근은 일관된다.” 해밀턴은 ‘브라운’ 토스터의 측면을 크롬 도금 철판으로 표현하고, 토스터 왼쪽 상단의 브라운 로고 대신 자신의 이름을 넣었다. 후기산업사회의 ‘브랜드로서의 자기 자신’을 예견하는 작품이라는 평가다.
⑤ 연속적 강박
[3] 팝가수 믹 재거가 법원으로 호송되는 모습의 ‘Swingeing London’. [4] 해밀턴의 ‘꽃그림’ 앞에 선 부인 리타 도나. 국립현대미술관 제공‘Swingeing London’은 록그룹 롤링스톤스의 리더 믹 재거가 마약 투약 혐의로 지인과 수갑을 찬 채 연행되는 신문 사진을 소재로 했다. 이 사진이 유화, 판화, 도금 등으로 다양하게 구현됐다. ‘일곱 개의 방’은 해밀턴이 살던 옥스퍼드셔의 아파트를 공간별로 찍어 디지털 조작했다. 2일 전시장에서 만난 해밀턴의 부인 리타 도나 작가는 “나는 지금도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남편이 강박에 가깝게 평생 작업한 작품들이 아름답게 걸려 있어 하늘에서도 기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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