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인생 그 자체는 지옥과 같은 고통인데 이런 고통을 잠시라도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예술’이라고 했다. 그는 모든 예술은 음악의 형태를 동경한다고 하면서 음악이야말로 예술의 꽃이며 일상의 고통과 권태로움에서 우리를 해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철학은 지나치게 염세주의적이지만 예술이, 그중에서도 음악이 인간을 치유한다는 통찰은 맞는 말이며 이는 뇌과학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인간은 파충류 같은 하등동물에서 출발해 포유류, 그중에서도 가장 지능이 높은 영장류로 진화해왔다.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감정, 기억과 관련 있는 변연계(limbic system)의 발달이다. 포유류에서 영장류로의 진화에서 중요한 것은 이성적 사고를 하는 전두엽의 발달이다. 이 중 변연계는 마음속 깊은 과거의 기억, 상처와 관련이 있으며 변연계를 잘 다스리지 못하면 분노 조절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변연계는 측두엽에 주로 위치해 있으며 같은 측두엽에 있는 청각과도 관련이 높다. 즉 소리와 감정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좋은 소리와 좋은 음악이 감정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음악은 청각신경을 거쳐 바로 변연계로 전달이 되기 때문에 이성의 뇌인 전두엽을 거치지 않고도 감정 형성에 도움이 된다.
태생학적으로도 음악은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엄마 배 속에 있는 아이는 청각이 발달한다. 아이가 듣는 첫 번째 소리는 엄마의 심장박동 소리다. 아이는 엄마의 심박동 변화를 함께 느끼며 엄마와 감정을 공유한다. 이는 음악 듣기에도 영향을 미쳐 아다지오처럼 느린 곡은 이완을 시켜주고 프레스토처럼 빠른 곡은 흥분하게 만든다.
음악은 성장호르몬을 증가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음악이 특히 스트레스를 잘 견디게 도와준다는 뜻이다. 음악은 감정을 순화시켜주고 그 결과 충동조절능력을 증가시켜 행복감을 준다.
그렇다면 어떤 음악을 듣는 것이 좋을까. 정답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을 해달라고 하면 클래식 음악을 추천하고 싶다. 클래식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악기가 조화를 이루며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배열과 심박수와 가까운 템포를 만들어낸다. 클래식이 우리에게 치유를 주는 이유다. 인간사의 희로애락이 담긴 오페라도 주인공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며 치유받을 수 있는 장르다.
감정을 위로받고 치유받기 원할 때는 내 마음과 일치하는 음악을 듣는 것이 좋다. 우울한 사람이 신나는 음악을 듣는다고 기분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슬픈 음악을 듣고 눈물을 흘리고 나면 위로받은 느낌이 생긴다. 실연을 당했을 때는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담긴 가요를 듣는 것이 좋다.
음악의 악(樂)과 치료약의 약(藥)은 그 뿌리가 같다고 한다. 몸이 아플 때 약을 먹듯이 마음이 아플 때 음악을 들어보길 권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