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원조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9일 03시 00분


“초연 당시 안중근을 연기한 정성화가 워낙 연기를 잘해 ‘안중근=정성화’의 이미지가 강하다. 초연 배우와 함께 같은 역할로 무대에 오르는 것은 배우로서 큰 부담이다.”

지난해 뮤지컬 ‘영웅’에서 정성화(사진) 이지훈 양준모와 함께 안중근 역을 맡았던 배우 안재욱이 최근 방송에서 한 말이다. 무대 배우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초연빨’에 대한 얘기다. 배우의 능력과는 별개로 관객이 초연 배우의 연기를 강하게 인식하고 그것을 ‘정답’으로 여기기 쉽기 때문이다.

가수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얼마 전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에서 주인공 ‘그 녀석’ 역을 맡은 가수 홍경민을 만났다. 그는 “동물원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적이 있는데 원곡 특유의 맛을 살리지 못했다”며 “많은 가수가 명곡을 리메이크하지만 원곡을 뛰어넘는 경우는 보기 힘들었다”고 했다. 동물원 멤버 박기영이 한마디를 거들었다. “음악적 구성은 리메이크곡들이 더 풍부하지만, 사람들의 기억이 원곡자에게 더 익숙하기 때문에 그런 거야.”

듣고 보니 그렇다. 원조의 힘이란….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안중근#정성화#뮤지컬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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