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親中부터 민족주의까지… 한국인은 누구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1일 03시 00분


◇한국 사람 만들기1/함재봉 지음/450쪽·3만 원·아산서원

고종(1852∼1919)은 친정을 시작하고 첫 정책으로 대원군이 유통시킨 청전(淸錢·청나라 동전)의 유통을 1874년 금지시킨다. 이는 위정척사파들이 요구한 것이었다. 이 정책은 당시 정부 재정의 3분의 2를 증발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사진은 1884년 미국인 퍼시벌 로웰이 찍은 고종의 모습. 아산서원 제공
고종(1852∼1919)은 친정을 시작하고 첫 정책으로 대원군이 유통시킨 청전(淸錢·청나라 동전)의 유통을 1874년 금지시킨다. 이는 위정척사파들이 요구한 것이었다. 이 정책은 당시 정부 재정의 3분의 2를 증발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사진은 1884년 미국인 퍼시벌 로웰이 찍은 고종의 모습. 아산서원 제공
책의 ‘착점’을 곱씹어 보자. ‘한국 사람’은 누구인가.

“영어로 ‘코리안’은 어디에 살든지 코리안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어에는 그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 남한 사람들은 한국 사람이라고 하지만 북한 사람은 조선 사람이라고 부른다. 미국에 사는 코리안은 재미교포, 중국은 조선족, 중앙아시아는 고려인이다.”

미국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교수로부터 저자가 들은 이야기다. 저자의 고민은 이어진다. 지칭하는 단어뿐 아니라, 코리안을 공통적으로 묶는 언어 이념 종교 풍습도 없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은 누구인가. 변치 않는 본질이란 없을 터이다.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겸 원장인 저자는 정치적, 지정학적, 이념적 요소에 따라 다섯 가지 유형으로 한국 사람의 정체와 의미망을 분석하려고 한다.

먼저 ‘친중위정척사파’다. 병자호란과 명나라의 멸망을 겪은 조선 사람들이 사상적, 정치적, 국제정치적 정체성을 재정립하면서 그 뿌리가 탄생했다. 조선은 소중화 사상과 친명반청 사상을 구축하고 강력한 쇄국주의 체제와 이념을 태동시킨다. 이 같은 후기 조선의 세계관이 19세기 천주교의 도전, 양이의 출현을 맞아 위정척사로 이어진다.

다음으로 ‘친일개화파’는 19세기 말 일본을 새로운 문명의 기준으로 받아들이면서 탄생했다. 이들은 메이지 유신을 주도한 일본의 정치인, 경제인, 사상가들과 교류하면서 조선에서도 그와 같은 급진개혁을 추진하려고 했다. 그러나 친중위정척사파와 친청파의 저항에 몰락했다.

‘친미기독교(개신교)파’는 미국 선교사들이 조선에 교육과 의료 선교를 통해 이념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미국이 일제의 식민지가 된 조선 반도를 대신해 피난처이자 독립운동기지가 되면서 힘을 얻었다.

‘친소공산주의파’는 조선인의 러시아 이주,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으로 형성돼 1919년 파리강화조약을 기점으로 더욱 확산된다. 제1차 세계대전 뒤 서구 열강들이 피압박 민족들의 독립을 외면한 데 실망해 많은 독립운동가와 지식인들이 공산주의로 전향했던 것. 마지막으로 ‘인종적 민족주의파’는 사회진화론의 맥락에서 구성된 민족주의를 다룬다.

5가지 유형이 모두 이번 책에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출간된 건 전 5권으로 기획된 시리즈의 1권으로, 이보다 앞선 ‘조선 사람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서 시작해 친중위정척사파까지만 각각 1, 2부로 나뉘어 담겼다.

저자는 “위정척사파도 외세를 배격하고 ‘우리 것’을 지키고자 했으므로 민족주의자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그들이 지키려 했던 건 ‘천하’로 대변되는 전통 중화문명이었다”며 “반면 민족주의자는 민족의 보전을 위해서는 전통을 버리고 이단과 외래 문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과거에서 다양한 근대의 가능성과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려 애쓰기보다는 기존에 굳어진 인식의 틀에 머무른 듯한 느낌이 없지 않다. 수많은 사료를 검토하고 명료한 주장을 통해 한국인의 얼굴을 찾아나가려는 노고가 드러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국 사람 만들기#한국인#함재봉#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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