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쩐 일인지 ‘인생의 일본영화’들이 착착 뮤지컬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이어 이번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로군요. 이 두 편의 영화는 국내에서도 개봉되어 두터운 열혈 팬층을 형성했습니다.
두 영화 모두 일본에서 제작돼 이듬해 국내 개봉했는데 ‘조제 …’가 2004년으로 먼저였고, 3년 뒤에 ‘혐오스러운 마츠코’가 한국 관객에게 선보였습니다. 잔잔하면서 감정 디테일이 섬세한 일본영화 특유의 매력에 많은 국내 영화 팬들이 호평을 냈던 기억이 납니다. 어쨌든 두 작품 모두 동명의 소설이 원작입니다.
뮤지컬 ‘마츠코’는 영화를 고스란히 무대로 옮겨놓았다 … 라고 절반만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영화(실은 원작소설)의 중요한 장면들은 뮤지컬에서도 거의 재연이 됩니다. 뮤지컬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가물가물해졌던 영화의 컷들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뭐랄까. 비극을 코믹스러운 분위기로 대비시켰던 영화의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실은 영화의 경우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감각적이고 독특한 영상미가 돋보인 경우라고 봐야 할 겁니다.
반면 김민정 연출은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있는 듯 없는 듯한 연출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만큼 밋밋해 보일 수도, 다소 루즈해 보일 수도(1막의 경우) 있습니다. ‘마츠코’가 처음 막을 올렸을 때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꽤 호불호 이슈가 있었죠.
‘빨래’, ‘더맨인더홀’, ‘잃어버린 얼굴 1895’ 등의 음악을 만든 작곡가 민찬홍의 넘버들이 반짝반짝합니다. 등장인물들의 결, 극적 상황을 넘버 하나로 드러내는 솜씨는 과연 명불허전이죠. 무대가 단순해 보일 수 있는데, 한 가운데에 떡하니 놓인 큐브형 세트의 아이디어는 괜찮았다고 봅니다. 대신 무대가 조금 답답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박혜나의 마츠코는 대단했습니다. 청순함과 섹시함을 동시에 갖춘 배우죠. ‘배우는 웃고 관객은 울게 만드는’ 마츠코란 인물이 지닌 미묘한 질감을 극적으로 그려냈습니다. 마츠코의 유일한 친구인 메구미. 이영미의 메구미는 과연 생각했던 대로 ‘힘’이 세더군요. 마츠코의 기둥서방으로 그녀에게 살해당하는 오노 데라 역의 원종환 연기도 눈에 띄었습니다.
전성우가 맡은 류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캐릭터 해석이 지나치게 평면적이었던 것은 아닌지. ‘어딘지 멋있군’이란 지점에서 이쪽의 마음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더군요.
그리고 마지막, “다녀왔습니다”의 엔딩은 너무나 근사하지 않습니까.
자, 다시 한 번 묻습니다. 혐오스런 마츠코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저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꽃 외에는 그녀에게 던져줄 게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