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가인 저자가 1998년 출간한 교양서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와 2006년 후속작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의 개정판이다. 작품 도판을 보충하고 손에 잡히는 판형으로 새롭게 디자인했다.
서문에서 저자는 ‘그림을 배우고 익히기 위한 책이 아니라 데리고 놀아볼 사람들을 위한 기록’이라고 고백한다. 그만큼 예술 작품에 관한 중심적 내용이나 지식보다 작가에 관한 일화나 그림을 보고 떠올린 저자의 감상 등 주변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부터 미국 작가 재스퍼 존스, 일본의 우키요에, 고려 다완이나 옹기, 토우까지 동서양의 다양한 주제를 넘나든다. 귀를 잘라버린 반 고흐와 자신의 그림을 트집 잡는 세도가 앞에서 스스로의 눈을 찔러버린 조선시대 화가 최북의 대조적인 삶을 보여준 첫 시작이 흥미롭다.
이어지는 주제마다 분량이 길지 않아 읽기에 어려움이 없다. 예술 작품을 낯설게 느끼는 사람들로 하여금 시각 언어보다 사변적 이야기로 출발해 두려움을 없애준다. ‘그림을 보는 눈을 틔우려면 많이 보고 안목을 넓혀야 한다’는 조언을 충실하게 풀어낸 듯하다.
낯선 고어를 사용하거나 같은 의미를 여러 방면에서 곱씹어 표현하는 특유의 표현법은 미문(美文)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오래된 교양서의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는 측면도 다소 있다. 또 독자로 하여금 예술에 흥미를 갖도록 문은 열어주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기엔 짧은 호흡이 아쉽다.
저자는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며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그림을 즐기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또 때로는 공부와 이해가 오독과 편견에서 성취된다고도 한다. ‘국영수’ 위주에 밀려 따로 노력하지 않는 한 예술에 대해 알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에게 용기를 심어주는 메시지다. 많이 공부하고 알다보면 잘 보인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를 최대한 충실히 보여주려고 했다. 그 뒤에 이어질 ‘어떻게’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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