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쨌든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하는데요.”―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리호지·녹색평론사) 》
라다크는 인도 북동부 잠무카슈미르주(州) 히말라야 산맥 사이에 있는 지역이다. 열두 달 중 영하 20도 이하인 날이 8개월 넘게 이어진다. ‘고갯길의 땅’이라는 뜻만큼 찾아가기 힘든 곳이어서 1970년대 들어서야 그 존재가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일처다부제, 독특한 장례풍속 등 서구와는 다른 이들의 삶과 가치에 매료된 사람들이 ‘작은 티베트’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이 책은 스웨덴 언어학자인 저자가 이곳에 터전을 꾸린 유목민과 함께 생활하며 남긴 일종의 여행기다. 저자는 라다크의 개방 이전과 이후를 상세히 다루며, 아시아의 오지에서 서구사회가 앓고 있는 각종 사회적 문제의 해결책을 발견한다. 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조화와 양보, 배려였다. 라다크인들은 나무 한 그루에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방울과 그것을 흩날리게 하는 바람, 나무를 지지하는 땅 등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여긴다. 라다크에서 가장 나쁜 욕설은 ‘화를 잘 내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슘찬’이다. 그만큼 공동체의 조화와 공존이 중요시된다.
저자는 이러한 라다크 사람들의 태도가 인류 모두가 오래전부터 품고 있던 모습이자 모든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주장한다. 책 제목을 ‘오래된 미래’라는 역설적인 단어의 조합으로 만든 이유다. 이곳 사람들이 보여주는 ‘오래된 미래’는 이들이 항상 입에 달고 사는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한다”는 말에 모두 담겨 있다.
포항 지진 이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있으면 라다크인의 지혜가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82명을 다치게 한 이번 지진을 두고 어떤 정치인은 “정부에 대한 하늘의 엄중한 경고 그리고 천심”이라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가 포항 지역 수험생들 탓이라는 악성 댓글도 시간과 비례해 늘어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서 느끼는 바가 있었으면 한다. 어쨌든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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