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미 시 ‘곰곰’에서 ‘곰곰’은 얼핏 ‘곰곰이’라는 부사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실은 명사 ‘곰’을 겹쳐놓은 제목이다. 안현미 시인은 이렇게 유쾌하게 언어를 부리는 데 익숙하다. 그렇게 명랑한 시어들의 구조물 속에 육중한 메시지를 담는다.
‘곰곰’은 단군신화 속 웅녀를 향한 시다. 사람이 되고 싶어 환웅에게 구한 끝에 백일 동안 마늘만 먹으며 동굴에서 지내다가 사람이 됐다는 그이다. 그토록 인내한 끝에 여자가 된 웅녀에게 시인이 묻는다. 어떻게 여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마늘만 먹고 지냈냐고, 그렇게 백일동안 여자가 되길 꿈꾸면서 행복했느냐고. 이 자조적인 시구에는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미가 담겨 있다.
마지막 연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답은 보다 명료해진다. ‘여자로 태어나/ 마늘 아닌 걸/ 먹어본 적이 있기는 하’느냐는 물음. 여성의 삶이 마늘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이란 마늘처럼 맵고 아린 것이다. 시인은 일찍이 아이를 낳고 기르며 사무원의 삶을 놓지 않았고 시 쓰기 또한 놓지 않았다. 마늘 맛 같은 삶의 맛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시인이다. 이 맛이 어떤 것인지 공감하는 여성들 또한 이 땅에 아직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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