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디자인의 모든 것… ‘M/M 사랑/사랑’ 한국 전시회 갖는 ‘컬래버레이션 귀재’ 오귀스티니아크
#1. 올해 9월 프랑스 파리 튀일리 정원에서 열린 ‘라코스테’ 패션쇼. 단정한 캐주얼 셔츠를 내놓던 라코스테가 확 달라졌다. ‘Lacoste’ 상표 디자인은 ‘L’ 크기를 키워 브랜드의 상징 동물인 악어 형태로 거듭났다. 글꼴 디자인 하나 바꿨더니 유쾌해졌다.
#2. 영화 ‘어둠 속의 댄서’에서 여주인공으로 나왔던 비외르크는 아이슬란드가 자랑하는 싱어송라이터이다. 얼터너티브 록, 일렉트로니카 등 여러 음악 장르를 넘나드는 그가 2013년 펴낸 앨범은 ‘Biophilia(생명 사랑)’. 이 앨범 커버 제목은 글씨를 음표로 형상화했다. 대표곡 ‘Moon(달)’의 곡조처럼 음표들이 은하수 입자같이 톡톡 떠다니는 느낌이다.
라코스테와 비외르크에는 공통점이 있다. 창의성을 불어넣고 더해주는 어느 전문 디자인그룹과 협업한 것이다.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픽디자인 듀오 ‘M/M(Paris)’이다. 마티아스 오귀스티니아크와 미카엘 암잘라그가 1992년 결성한 M/M(Paris)은 장르를 초월하는 융합적 작품 세계로 ‘컬래버레이션의 귀재’로 통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열리고 있는 ‘M/M 사랑/사랑’ 전시 홍보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M/M(Paris)의 마티아스 오귀스티니아크. 이 전시에서는 포스터, 캐릭터, 알파벳 시리즈, 드로잉 등 여러 협업 작품을 볼 수 있다. 현대카드 제공·그래픽=김수진 기자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내년 3월 18일까지 열리는 ‘M/M 사랑/사랑’ 전시 홍보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오귀스티니아크를 23일 만났다.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와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는 그는 모자 달린 후드티 차림이었다.
―왜 전시 이름이 ‘M/M 사랑/사랑’인가.
“우리 그룹 이름의 첫 글자인 M(엠)이 프랑스어 ‘엠(aime·사랑하다)’과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해 온 작업들을 중간 결산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왜 컬래버레이션 하는가.
“컬래버레이션은 누군가를 만나는 설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상대와 접촉하며 당신의 자세를 살짝 비틀면서 발전하는 것. 컬래버레이션은 예술 중의 예술이며, 좋은 대화다.”
―좋은 대화….
“패션은 문화요소가 풍부해 협업에 최적화된 ‘미디어’다. 요지 야마모토, 발렌시아가 등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은 서로에 영향을 미치는 깊은 대화를 기반으로 했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건 가수 비외르크와의 컬래버레이션이었다. 그의 심오한 음악과 혼연일체가 되어 디자인한 앨범 커버는 그해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리코딩 패키지 상을 받았다. 정작 비외르크는 그래미상을 못 받아 미안했지만….(웃음)”
M/M(Paris)은 지금껏 작업해 온 각종 포스터, 현대인을 형상화한 에이전트(Agent) 캐릭터, 사진작가 이네즈 판 람스베이르더와 협업한 알파벳 타이포그래피(글꼴디자인), 크리스티앙 디오르와 협업한 철제 구조물인 ‘레몬 나무’, 태극기를 재해석한 포스터 등을 이번에 선보이고 있다.
―당신이 디자인한 각 알파벳 글씨 안에는 모델 얼굴이 들어 있다.
“각각의 알파벳은 실제 사진 속 모델 이름의 앞 글자이다. 알파벳은 누구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우리 주변에 늘 함께 있는 것들을 식상하다고 치부하면 안 된다. 그 평범한 걸 재해석하는 일에 뛰어드는 게 디자이너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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