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역사학의 교황’ 브로델의 16세기 지중해 전체史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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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펠리페 2세 시대의 지중해 세계/페르낭 브로델 지음/주경철, 조준희, 남종국, 윤은주 옮김/1부 572쪽, 2부 상권 442쪽, 2부 하권 424쪽·각권 2만5000원·까치

부제를 보고 펠리페 2세 시대의 국제정치 변동만이 담겼다고 생각하면 낭패를 볼 것이다. 1권에 담긴 1부 제목은 ‘환경의 역할’이다. 산지, 고원, 평야, 바다, 연안, 사막, 기후, 계절 등에 관한 서술이 이어진다.

‘아날 학파’의 거두로 20세기 역사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저자(1902∼1985)는 이 같은 지리적 환경을 인간 행위의 배경이 아니라 기초적인 인간 활동을 지배하는 또 다른 행위 주체로 봤다. ‘지리적 시간’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듯 느리게 흘러간다. 반복적이고 거의 영속적이다.

저자는 2차대전 중 독일군 포로로 잡혀 수용소에서 이 책을 썼다. 훗날 ‘역사학의 교황’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역사학을 중심으로 다른 학문들을 통합하는 인간학 연구를 주도했다.

책은 역사를 3개의 시간대로 구분한다. 지리적 시간 다음은 ‘사회적 시간’이다. 이는 인간 집단 활동의 층위로, 넓은 의미의 사회사라고 할 수 있다. 2부가 여기 해당한다. 경제, 제국, 사회, 문명, 전쟁 등의 주제가 각각 상, 하로 나눠 담겼다. 마지막으로 정치 투쟁과 같은 ‘사건들의 역사’가 담긴 3부는 향후 출간 예정이다.

역사적 시간의 3분(分) 구조는 ‘구조―국면―사건’으로 변형돼 저자의 또 다른 고전 ‘15∼18세기 물질문명, 경제, 자본주의’(‘물질문명과 자본주의’로 번역 출간)로 이어졌다. 끊임없이 정보들이 이어지는 연구서이기에 웬만한 서양사 지식이 없는 독자가 읽기에는 만만치 않지만 ‘고전이 왜 고전인지’ 보여주는 깊이가 담겼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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