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도전에 겁먹는 중년이여, 좌절하지 말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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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의 절반은 실패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좌절하지 않습니다. 쉽게 굴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실패의 역사가 다릅니다. 중년도 열심히 노력합니다.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아오노 슌주·세미콜론·2012년) 》
 

이 책의 주인공은 ‘주인공’이 갖춰야 할 어떠한 덕목도 갖고 있지 않다. 주인공 오구로 시즈오(42)는 이혼 뒤 딸, 아버지와 함께 사는 평범한 남자다. 친구는 중학교 동창 한 명이 유일하고 직업은 패스트푸드 매장 아르바이트, 취미는 동네 운동장에서 꼬마들과 축구를 하거나 게임을 하는 것이다.

보통의 극이라면 이렇게 평범한 캐릭터에게 운이나 우연을 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즈오에겐 운도 우연도 없다. 굳이 장점을 찾자면 40이 넘은 나이에 만화가가 되려는 꿈을 가졌고 꿈을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가졌다는 정도.

그의 장점을 말로 풀어놓으면 그럴싸하지만 실상은 변변찮다. 희망의 원천은 아무것도 이뤄본 적 없는 과거다. “평생 최선을 다해본 적 없는데도 이렇게 먹고사는데, 최선을 다하면 원하는 건 모두 다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에 가깝다. 그가 입버릇처럼 “나는 대기만성…나는 대기만성…” 하고 중얼거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일생을 노력 없이 살았던 그가 갑자기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그는 분 단위로 포기와 도전을 반복한다. 신인 만화가 공모전을 주최하는 출판사에서 그에게 재능이 없다고 에둘러 일러줘도 그는 칭찬으로 알아듣고는 번번이 다음 공모에 매달린다.

이게 책 내용의 전부다. 그는 계속 입선에 실패하고 다음 공모를 위해 만화를 그린다. 몇 년간이나. 같은 또래와 비교해 결코 성공했다 말하기 어려운 주인공이 배 나온 중년이 돼 묵묵히 자신의 과업에 집중하는 모습은 독자에게 묘한 감동을 준다. 실패가 용인되지 않는 나이라며 도전에 겁먹는 중년에게, 전력투구는 세련되지 않은 삶의 방식이라 여기는 조로한 청년에게 그의 ‘좌절하지 않는 재능’은 깊은 울림을 준다.

그토록 만화가가 되고 싶었던 시즈오는 어떤 결말을 맞을까. 조금 더 살찌고 머리가 벗어진 그는 여전히 만화를 그릴 뿐이다. 책은 그렇게 끝나지만 그는 ‘대기만성’형이니 머지않아 결국 만화가가 됐을 것으로 믿어 본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아오노 뼸주#세미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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