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알파고 vs 알파고 특선보… 알파고스러운 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6일 03시 00분


○ 알파고 9단 ● 알파고 9단
10국 8보(99∼116)

지금 상황에선 흑이 104의 곳을 먼저 걸치는 것이 좋아 보였는데 99로 우하 귀에 먼저 손을 댄다. 우하가 더 급하다고 본 모양이지만 백이 104를 선착하자 좌상 쪽에 쌓았던 흑 세력의 위용이 좀 줄어들었다.

수순 중 흑 101이 ‘알파고스러운’ 수. 이곳은 나중에 절대팻감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은 유보하는 곳인데, 알파고는 ‘앞으로 패는 없다’는 식으로 일찍 교환해 버린다. 그 논리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흑 105로 갑자기 1선에 젖힌 수도 이해하기 어렵다. 여기는 전혀 급하지 않은 수로 중반 이후에 끝내기로 둘 자리다. 백이 계속 받아주면 괜찮지만 실전처럼 109에서 백이 손을 빼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된다.

흑 107은 A의 호구로 받는 것이 확실했다. 백 108, 110이 놓이면 A로 치중하는 수가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백 108에 흑은 참고도 흑 1로 두는 것이 확실했다. 백 2로 둬 압박해도 흑 9까지 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흑이 자잘하지만 여러 번의 실수로 상변에서 벌었던 것을 토해낸 듯한 분위기. 백 110이 오자 우하 흑이 허약해졌다. 이어 흑 111부턴 흔히 등장하는 진행인데 백 116의 압박도 강렬하다. 흑도 나약하게 물러나선 안 된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바둑#서정보#알파고#특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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