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전쟁 가능성에 맞서 보통사람 심정 전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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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기고 쓴 배경 밝혀

한강 소설가(47·사진)가 올해 10월 뉴욕타임스(NYT)에 ‘미국이 전쟁을 말할 때 남한은 전율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 계간 ‘문학동네’ 겨울호에서 밝혔다. 당시 기고문에는 한반도의 전쟁 시나리오를 언급하는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며 한국인들은 평화만을 생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전쟁은 한반도에서 실행된 일종의 이념적 대리전이었다’고 표현해 논란이 일었던 것과 관련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NYT 기고문은 초고의 3분의 1 이상을 덜어내고 전체적으로 맥락을 다시 다듬은 글이었다고 말했다. NYT에서 붙인 제목과 달리 원문의 제목은 ‘누가 ‘승리’의 시나리오를 말하는가?’였다. 기고문 게재 후 30일간 NYT에 저작권이 묶여 있어 원문을 이제 문학동네에 공개할 수 있게 됐다는 것.

그는 “기고문 청탁을 받은 것은 5월이었지만 당시에는 정중히 사양했다. 그 후 말들의 전쟁이 가속화되면서, 쉽게 전쟁을 말하는 위정자들의 태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마치 한국에는 어떤 위기에도 무감각하고 둔감한 익명의 대중만 존재하는 것처럼 여기는 국외의 분위기도 염려스러웠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구체적인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실감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기고문은 NYT를 읽는 현지 독자들을 향해, 평화를 믿는 사람들이 연대하여 전쟁의 가능성에 맞서기를 침착하게 제안하고자 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실제로 주변에 살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심정을 전하고자 했기에, 나약하고 무력하게 구원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평화를 옹호하는 존엄한 사람들로서 한국인들을 묘사하려고 노력했다는 것. ‘대리전’ 논란에 대해서는 “북한의 독재 권력의 부당성은 모두가 당연하게 공유하는 상식적인 전제로서 바탕에 깔려 있으며, 한국전쟁의 성격에 대한 거시적, 복합적인 인식은 북한이라는 구체적 전쟁 발발자에 대한 지극히 상식적인 비판적 인식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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