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의 군 생활을 의무경찰로 복무했다. 생생한 기억 중 하나는 경찰청장이 바뀔 때마다 경찰서 입구의 현판을 바꾸는 모습이었다.
입대할 땐 ‘경찰이 새롭게 달라지겠습니다’라는 구호였지만 1년 뒤엔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경찰’로 바뀌었다. 전역할 즈음엔 불필요한 슬로건을 없애겠다는 청장이 나타나 크레인까지 동원해 전국 모든 경찰서의 현판을 뜯어냈다.
구호만 보면 이보다 멋진 조직은 없다. 그러나 경찰의 치안 서비스에서 ‘정성’이나 ‘새로움’을 느낀 국민들은 드물 것이다. 멋진 이름의 역설이랄까.
비슷한 감정을 최근에도 느꼈다. 7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을 대체할 새로운 문화기조 ‘사람이 있는 문화’를 발표했다. ‘모든 국민에게 문화를’(노태우 정부), ‘창의 한국’(노무현 정부), ‘품격 있는 문화국가’(이명박 정부) 등 정부가 바뀔 때마다 각종 슬로건이 잠시 태어났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멋진 슬로건은 일관성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번만은 구호가 구호에서 끝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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