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알파고 vs 알파고 특선보… 골치 아픈 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3일 03시 00분


○ 알파고 9단 ● 알파고 9단
10국 13보(187∼199)

흑 ●의 생사를 둘러싼 전투가 이 바둑의 아마겟돈이다. 일단 흑 89가 활로를 여는 급소. 이 수가 있어 흑은 최소한 그냥 죽지는 않는 모양이다. 아울러 백 A로 끊는 노림마저 없앴다. 백 92로 잇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흑 93 때 백 한 점을 이으면 좌변 흑 말이 쉽게 연결해 간다. 백 94는 어떻게든 흑의 진출을 막아 보려는 고육책. 백의 수마다 살기가 번뜩인다. 상식에는 어긋나지만 지금은 무난하게 순리를 따르다간 쉽게 흑에 승리를 내주게 된다.

흑 95가 정말 멋있는 행마. 부분전투에서 알파고의 감각은 역시 탁월하다. 물론 감각이 아니라 수읽기에 의한 계산이겠지만. 만약 흑이 95 대신 덜컥 참고도처럼 백 한 점을 따내면 어떻게 될까. 백 2, 4가 준비된 수순. 흑 5로 연결할 때 백 6으로 흑 석 점을 따내 적지 않은 이득을 볼 수 있다. 이를 벌충하기 위해선 좌하 백을 몰아쳐야 하는데 백 12까지 백 말이 큰 손해 없이 살아간다.

백은 96, 98로 흑 말을 끈덕지게 물고 늘어진다. 결국 흑 99로 뻗어 패 모양이 나왔다. 그러나 한눈에 봐도 깔끔하게 해결되는 패가 아니다. 주변 상황과 팻감, 그리고 형세에 따라 패를 계속할지, 양보할지를 매 순간 결정해야 한다. 골치 아픈 패가 등장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바둑#서정보#알파고#특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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