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카 조 “개조의 시대, 건축은 뺄셈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4일 03시 00분


‘상업공간의 변신’ 즐기는 日 감각파 건축가 나가사카 조

#1. 일본 도쿄에 있는 화장품 브랜드 ‘이솝(Aesop) 아오야마’점. 10년 전 폐가를 개조해 이곳을 짓게 된 건축가는 친환경 이솝 제품이 앤티크 환경에 놓이면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버려진 가구와 문에 있던 나무 조각들로 앤티크 진열대를 만들었다.

#2.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데상트 블랑’ 교토점. 옷들이 천장의 철제 옷걸이에 매달려 있어 흰 벽면의 공간은 무(無)에 가깝다. 직원은 고객이 사이즈를 찾으면 창고에 갈 필요가 없이 천장 옷걸이에서 내려 꺼낸다.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만난 건축가 겸 공간 디자이너 겸 가구 디자이너인 나가사카 조. 지난해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 선보였던 자신의 가구 사진을 노트북 컴퓨터에 띄워 머리 위에 올렸다. 개성 넘치는 그의 헤어스타일은 파마가 아니라 자연산 곱슬머리라고 한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만난 건축가 겸 공간 디자이너 겸 가구 디자이너인 나가사카 조. 지난해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 선보였던 자신의 가구 사진을 노트북 컴퓨터에 띄워 머리 위에 올렸다. 개성 넘치는 그의 헤어스타일은 파마가 아니라 자연산 곱슬머리라고 한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일본의 감각파 건축가이자 공간 디자이너인 나가사카 조(43). ‘커피업계의 애플’로 불리며 요즘 정말 잘나가는 ‘블루 보틀’, 편집숍 ‘투데이스 스페셜’, 소형 주거공간 ‘파코’, 패션 브랜드 ‘3.1 필립 림’ 등 세련된 상업공간을 디자인해 온 그가 한국에 다녀갔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7∼11일 열린 ‘서울디자인페스티벌 2017’에 참석한 그를 단독 인터뷰했다.

―한국은 처음인가.

“몇 년 전 한국 리빙 브랜드 ‘자주(JAJU)’ 코엑스몰 매장을 구성하느라 열 번쯤 왔다.”

―당시 어떤 점에 주력했나.

“오프라인 쇼핑은 온라인과는 다른 즐거움을 줘야 한다. 도쿄의 편집숍 ‘투데이스 스페셜’을 공간 디자인할 땐 숲속의 피크닉을 염두에 뒀다. 고객이 헤매듯 물건을 찾다가 군데군데 쉬기도 하면서 자신의 속도대로 즐기는 것이다. 그런데 ‘자주’ 실무진은 고객이 빨리 제품을 찾아내기를 원했다. 생각의 간극이 있었다.”

도쿄대 건축학과를 나와 1998년 스키마타 건축사무소를 연 그는 가구, 인테리어, 건축을 병행하고 있다.

―어떤 가구를 만드나.

나가사카 조가 건축하고 인테리어한 도쿄의 감각적 공간들. 버려진 소재로 앤티크 공간을 이룬 이솝 아오야마점(위 사진), 벽과 문을 없애 거주자가 공간을 DIY할 수 있게 한 사야마 아파트. 스키마타 건축사무소 제공
나가사카 조가 건축하고 인테리어한 도쿄의 감각적 공간들. 버려진 소재로 앤티크 공간을 이룬 이솝 아오야마점(위 사진), 벽과 문을 없애 거주자가 공간을 DIY할 수 있게 한 사야마 아파트. 스키마타 건축사무소 제공
“프랑스 파리의 편집숍 ‘메르시’의 가구를 오랫동안 만들어왔다. 요즘엔 에폭시 레진을 사용해 컬러풀하고 가벼운 가구를 만든다. 비싸지 않은 소재로도 얼마든지 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가구를 만들 수 있다. 비용은 본질적인 곳에 들여야 한다.”

―최근 연 도쿄 ‘블루 보틀 산겐자야’점에선 어떤 게 본질적 부분이었나.

“커피를 만드는 사람과 마시는 사람이 평등한 관계가 되도록 둘의 눈높이를 맞췄다. 오래된 2층 가옥을 개조하면서 2층 바닥은 유리로 만들어 1층이 내려다보이게 했다.”

―주로 개조를 하는 것 같다.

“예전 건축가들은 ‘신축의 시대’를 보냈지만 나는 ‘개조의 시대’를 사는 건축가다. 2008년 도쿄 사야마 아파트(30가구)를 개조할 땐 건축비가 너무 적어 하는 수 없이 기존의 벽과 방문을 거의 없앴더니 새로운 공간이 탄생했다. 어느 날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문구를 부분부분 지워 보니 새로운 의미가 되는 걸 보고 ‘뺄셈의 건축’을 생각해냈다. 건축가가 일일이 디자인하지 않으면 거주자가 스스로 공간을 디자인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나는 건축을 ‘지식의 행진’이라고 부른다. 환경, 재료, 사람의 어우러짐을 고민하면서 모르던 걸 알게 되는 게 좋다. 기회가 되면 도쿄 인근의 섬 전체를 대상으로 또 다른 행진을 해보고 싶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나가사카 조#건축가#공간 디자이너#데상트 블랑#이솝#aes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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