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은 프로 오지라퍼]나프탈렌 냄새 짙게 밴 부모님의 옷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4일 03시 00분


어렸을 적 부모님 옷장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외출하기 전 부모님이 옷장 문을 열고 멋있게 변신하는 모습은 마치 TV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변신 장면처럼 보였다. 부모님이 없을 때면 몰래 옷장을 열어보곤 했다. 몇 벌밖에 없는 옷장을 열고 눈으로 옷들을 훑고, 옷걸이에 걸린 옷들을 손으로 하나하나 만져봤다.

부모님의 체취는 물론이고 온기도 그대로 남아있는 듯했다. “어른이 되면 꼭 부모님 옷을 입어 봐야지”라고 다짐했다. 그 뒤 부모님이 옷에 무언가를 묻혀 오거나 단추가 뜯어지면 내 옷이 상한 것처럼 우울해지곤 했다.

어릴 때 소망과 달리 키가 부모님보다 더 커서도 부모님의 옷을 입어본 적은 없다. 그냥 낡고 촌스러워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20∼30년 전 유행했던 옷들이 복고바람을 타고 거리에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불현듯 어렸을 때 옷장에서 보았던 아버지의 ‘갈색 체크무늬 코트’의 행방이 궁금해졌다. 깊게 나프탈렌 냄새가 배고, 소매와 옷깃도 낡아 버렸을 테지만 매서운 한겨울 부모님의 따뜻함이 입고 싶어졌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옷장#부모님 옷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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