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친구, 멋진 친구… 주위를 둘러보면 화려한 친구들은 있었겠지만 정작 마음을 터놓을 사람은 적었나 봅니다.”(가요기획사 관계자 A 씨)
19일 지인과 관계자들에 따르면 18일 숨을 거둔 가수 종현(본명 김종현·27)은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로 명성과 인기를 누렸지만 오랫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다. 이날 고인의 빈소에는 하루 종일 연예인과 팬들의 조문이 끊이지 않았다. 19일 주요 음원 차트에서는 생전 고인의 노래가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팬들 조문 행렬 19일 오후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가수 종현의 빈소에 이날 밤 늦은 시간까지 국내외 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수만 대표부터 팬들까지… 이어진 조문 행렬
19일 오후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의 상주는 그가 속한 그룹 샤이니의 남은 멤버들(온유 키 민호 태민)이었다. 소속사인 SM의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를 비롯한 임직원과 강타, 보아,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엑소, f(x), NCT, 레드벨벳 등 SM 소속 가수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차례로 고인의 영정 앞에 섰다. 이적, 유희열, 아이유, 방탄소년단, 지코 등 동료 가수들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SM은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종현은 누구보다도 음악을 사랑하고 항상 최선을 다해 무대를 보여주는 최고의 아티스트였다”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일반인과 팬을 위한 분향소는 장례식장 지하 1층에 따로 마련됐다. 로비에는 추운 날씨에 주로 검은 패딩을 입은 고인의 국내외 팬들이 가득 찼다. 조문 대기 줄은 병원 밖 주차장까지 밤늦도록 길게 이어졌다. 대만인 왈레이팁 키칸 씨(24)는 “휴가차 한국에 왔다 비보를 접하고 출국 날짜를 연기해 이곳을 찾았다. 새 앨범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애도 분위기는 국내 주요 음원 차트에도 반영됐다. 고인이 4월에 낸 앨범의 타이틀곡인 ‘Lonely’, 고인이 작사하고 공동 작곡한 이하이의 ‘한숨’ 등의 노래가 종합순위 1∼3위에 올랐다.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BBC 등 해외 주요 언론들도 고인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 “연예인 친구는 많았지만 들어줄 친구는 없었다”
고인은 동료 가수에게 남긴 유서에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나는 날 미워했다” “살아 있는 사람 중에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고 나보다 약한 사람은 없다”고 썼다.
가요기획사 관계자 A 씨는 고인이 우울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아 오다 이달 초엔 지인에게 자살 충동을 털어놓아 고인의 가족들과 상의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고 전했다. A 씨는 “솔로 콘서트(9, 10일) 며칠 전 종현이 절친한 가수에게 극단적 생각에 대해 이야기했다. 콘서트를 취소할까도 고민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 B 씨는 “주변에 멋지고 재미있는 연예계 지인은 얼마든지 있었지만 진정 속을 털어놓을 이를 찾지 못한 듯하다”고 돌아봤다.
고인은 겉보기에 부와 명성을 쥔 대중의 우상이었지만, 빛났기에 어둠은 드러나지 않았다. 아이돌 기획사 대표 C 씨는 “일부 아이돌이 ‘힘들다’고 할 때 소속사 직원이나 매니저조차 진심으로 귀 기울이기 쉽지 않다”면서 “그럴 때 그들은 더 고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