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연구팀, 어린이-침팬지 대상 실험
나쁜 사람이 맞을때 더 집중… “악인 처벌 즐거운 마음으로 봐”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 일일드라마 ‘내 남자의 비밀’에서 주인공 진해림(박정아)은 의사로서 자신이 저지른 의료 과실을 연인에게 뒤집어씌우고 이를 덮으려 다시 거짓말을 하는 등 비정하고 악한 면모를 보인다. 시청자들은 ‘막장 드라마’ 속의 악인을 욕하면서도 이상한 매력에 빠져 끝까지 채널을 돌리지 못한다. 이런 심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독일과 영국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이런 심리는 6세 무렵에 처음 생긴다. 또 유인원인 침팬지도 비슷한 심리를 갖고 있다. 악인의 응징을 바라는 마음에는 종을 초월한 진화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나타하 멘데스 독일 막스플랑크 인간인지 및 뇌과학연구소 연구원팀은 침팬지 17마리와 4∼6세 어린이 각 24명(총 72명)을 대상으로 ‘상황극’ 실험을 설계했다. 음식을 나눠 주는 착한 인물과 음식을 독차지하는 나쁜 인물이 심판자에게 체벌을 받는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연구팀은 만약 침팬지나 어린이가 남은 장면을 보고 싶으면 대가를 지불하게 했다. 침팬지는 무거운 문을 온몸으로 미는 육체노동을 하게 했고, 어린이는 장난감 동전을 지불하게 했다. 그 결과 침팬지의 경우, 착한 인물이 맞을 때(18%)보다 나쁜 인물이 맞을 때(50%) 그 광경을 보러 갈 확률이 약 3배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침팬지는 나쁜 인물이 맞을 때엔 비명을 거의 지르지 않지만, 착한 인물이 맞을 때엔 5배 가까이(57%)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른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어린이의 경우에는 연령에 따라 결과가 달랐다. 4, 5세는 두 인물 중 한 명에게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6세가 되자 악한 사람을 보겠다고 동전을 낸 경우가 반대의 2배 이상으로 갑자기 증가했다. 또 악인이 맞는 모습을 보며 찡그린 웃음을 짓는 비율이 착한 인물이 맞을 때의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남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보는 것”이라며 “악인의 처벌을 보는 마음 깊은 곳에 기쁨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진화심리학자인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사람들은 도덕이 보편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믿는다”며 “이 때문에 제3자의 비도덕적 행동은 예외 없이 처벌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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