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의 어깨 짚기는 알파고 특유의 수. 알파고 리가 처음 뒀을 때만 해도 충격이었는데 이젠 당연한 수로 받아들여진다. 몇 천 년 동안 쌓아온 바둑의 정설을 알파고가 마치 무술 고수의 ‘도장 깨기’처럼 하나씩 바꿔 놓고 있는 셈이다.
흑 15는 당연한 응수. 백에게 호구를 허용하긴 싫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간은 반사적으로 참고도 백 1로 단수하기 마련이다. 프로기사들도 이렇게 두기 십상이다. 하지만 흑 4까지 하변이 모두 흑 집으로 변한다. 이건 백에게 좋을 리가 없다. 알파고는 바로 반사적으로 손이 나가게 하는 인간의 고정관념을 철저히 깨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백 16은 매우 좋은 응수타진이다. 흑 17 때 백 18로 일보 후퇴한 것 역시 침착한 수. 주변이 흑의 진영이니 백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것이다. 백 18은 후퇴처럼 보이지만 사실 힘을 비축하는 수.
흑이 실리로 큰 19를 차지할 때 백 20이 놓이자 어느새 훌륭한 모양을 갖추기 시작한다.
백 22까지는 전에 한 번도 없었던 변화. 흑 21로 중앙으로 힘차게 뻗으면서 백 ○를 무력화한 것도 좋지만 백 22로 호구하며 흑 진영에서 두텁게 자리 잡은 모양도 꽤 괜찮다. 흑백 모두 불만이 없는 절충으로 보인다. 알파고가 인간에게 많은 연구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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