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윤 요리쌤의 오늘 뭐 먹지?]비스트로 요리라고 얕잡아 보지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1일 03시 00분


프렌치 레스토랑 태번38의 양파수프. 홍지윤 씨 제공
프렌치 레스토랑 태번38의 양파수프. 홍지윤 씨 제공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프랑스 요리를 공부하고 나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내게 물어 온 질문이 “왜 프랑스 요리는 비싸냐?”였다. 프랑스 요리는 정말 비싼 요리인가? 사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우리에게 떡볶이 같은 길거리 음식과 순댓국 같은 서민 음식, 구절판과 신선로 같은 궁중요리가 공존하듯 프랑스 요리도 마찬가지다. 레스토랑이 아닌 비스트로(bistro)란 곳이 바로 프랑스의 서민들이 먹는 요리를 파는 대중식당이다. 비스트로는 ‘빨리’라는 뜻으로 프랑스가 아닌 러시아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에서 프랑스 군대가 러시아에 패하고 파리를 점령한 성질 급한 러시아 군인들이 식당에서 요리를 빨리 내오라고 재촉한 데서 유래한다. 그래서 비스트로 요리들은 소시지와 햄, 샐러드, 수프 등 손님의 주문과 동시에 빨리 낼 수 있도록 미리 조리해 두는 것이 많다.

프랑스 전역의 비스트로에서 먹을 수 있는 국민 요리 중의 하나가 바로 양파수프다. 시장이 파하면 팔고 남은 재료 중 가장 싸고 흔한 것이 양파였다. 장시간 볶아 달콤해진 양파에 국물을 붓고 저렴한 빵과 치즈를 얹어 만든 이 요리는 시장통 상인과 짐꾼들의 배를 채워줬다.

얇게 채 썬 양파를 버터에 뭉근히 볶아서 수분을 증발시키면 양파가 가진 당분이 바깥으로 빠져나오면서 냄비 바닥이 점차 갈색으로 눌어붙기 시작한다. 이를 나무주걱으로 긁어내면서 볶는 과정을 반복하다 코냑이나 와인을 부어 향을 낸다. 닭이나 쇠고기 국물을 붓고 끓이다가 양파의 캐러멜이 녹아 육수가 진한 브라운색이 되면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수프를 도자기 그릇에 붓고 바삭하게 구운 바게트와 그뤼예르 치즈를 뿌린 후, 그릇째 그릴에 잠시 넣어 그라탱처럼 치즈를 그을리듯 녹인다. 커다란 스푼으로 수프를 한 입 떠 넣으면 입천장이 델 정도로 뜨겁고 달콤한 국물이 온몸을 후끈하게 데워 주고 바게트와 치즈의 고소한 뒷맛이 속을 든든히 채워준다.

비스트로 요리라 해서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착각은 금물이다. 태우지 않고 양파를 볶아 캐러멜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만들 자신이 없다면 일단 사 먹어 보는 것이 답이다. 영화 ‘줄리&줄리아’의 실제 주인공이자 미국 요리계의 대모 줄리아 차일드가 말했다. “요리법을 익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먹을 줄 아는 것이다. 훌륭한 요리의 맛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그것을 만들 수 있겠는가.”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chiffonade@naver.com

○ 레스쁘아 뒤 이브 서울 강남구 선릉로152길 33. 02-517-6034. 양파수프 1만4000원
○ 태번38 서울 서초구 명달로 22길 12-12. 02-522-3738. 양파수프 1만5000원
○ 루이쌍크 서울 강남구 선릉로157길 33. 02-547-1259. 양파수프 1만9000원
#프랑스 요리#양파수프#비스트로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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