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누가, 왜, 어떻게 극단을 택하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3일 03시 00분


◇자살의 사회학/마르치오 바르발리 지음/박우정 옮김/604쪽·2만9800원·글항아리

자살이 사회학 분야에서 주요 연구대상으로 떠오른 건 1897년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의 저서 ‘자살론’이 나오면서부터다. 뒤르켐은 사회 통합과 규제를 기준으로 자살을 4가지 유형으로 정리했다. 개인이 사회에서 소외돼 발생하는 ‘이기적 자살’과 반대로 사회 통합 정도가 너무 강해 생기는 ‘이타적 자살’. 사회의 규범이 사라진 상태에서의 ‘아노미적 자살’과 지나친 규제와 규범으로 인해 발생하는 ‘숙명적 자살’ 등이다.

뒤르켐의 설명대로라면 개인주의화되는 현대에선 이타적 자살은 줄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1963년 베트남 승려 틱꽝득이 불교 탄압에 항의해 분신했고,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하는 등 개인이 아닌 집단을 위한 자살이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이 책은 뒤르켐의 이론을 반박하며 새로운 자살론을 제시한다. 특히 자살을 사회적 시선 뿐 아니라 문화·심리적 요인과 함께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으로 인도의 ‘사티’는 남편이 죽으면 부인이 함께 죽는 풍습으로 1980년대까지 만연했다. 강요에 의한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자발적 선택이었다. 인도 문화에선 남편을 잃고 혼자 사는 여자는 냉대와 차별 속에 살아가야 해 차라리 자살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동서고금의 수십 개 사례를 분석해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공격적 자살’, ‘무기로서의 자살’ 등 4가지 유형으로 새롭게 분류한다.

책은 자살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관점이 아닌 철저히 학술적으로 분석한다. 한국 사회에서도 종종 벌어지는 자살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자살의 사회학#마르치오 바르발리#박우정#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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