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 1주년을 맞은 채널A ‘외부자들’에 출연 중인 안형환 전 의원, 진중권 동양대 교수, 개그맨 남희석, 전여옥 작가, 정봉주 전 의원(왼쪽부터). 지난해 12월 27일 첫 방송을 시작한 외부자들은 한국 사회의 이슈를 52주 동안
결방도 없이 꾸준히 다뤘다. 채널A 제공
암실처럼 어두운 실내에 덩그러니 놓인 테이블. 각진 형광등에서 새어나오는 흰 불빛이 유일한 조명이다. 한 방향에서만 비추는 빛은 인물의 얼굴에 날카로운 각을 지게 만든다. 이 덕분에 분위기는 차갑고 건조하다. 영화 ‘내부자들’의 조국일보 간부회의 장면이다.
21일 찾은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의 채널A ‘외부자들’ 세트는 이 회의 장면을 그대로 본뜬 모습이었다. 앞면을 제외한 모든 곳이 벽으로 둘러싸인 세트 내부에는 카메라가 보이지 않았다. 14대의 카메라는 벽면 선반의 책 사이로 출연진을 촬영했다.
내부자들만큼이나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슈를 파고든 ‘외부자들’이 27일 방송 1주년을 맞는다. 묵직한 입담과 날 선 풍자로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준 외부자들 출연진은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주제로 국정농단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꼽았다.
“탄핵 선고 때 울컥했어요. 박근혜에 대한 미움이 아니라 실패한 보수 진영 논리가 저물고 한국 사회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간다는 생각이 들어서요.”(전여옥 작가)
“안타깝고 짠했어요. 보수가 제대로 된 정체성을 갖지 않고 배제의 정치를 했기에 괴멸 상태에 빠진 것이죠.”(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저는 수감생활을 경험했잖아요. 그 덕분에 리얼할 수 있었죠. 감옥에서 어떤 심경 변화를 겪는지 아무나 예측할 수 없거든요.(웃음)”(정봉주 전 의원)
“제 얘기를 듣고 사드 배치를 반대한 사람이 입장을 바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내 논리가 시청자에게 통해 뿌듯했죠.”(안형환 전 의원)
‘외부자들’ 제작진은 기획 단계에서 보수·진보와 이론·현실의 네 가지 축을 두고 출연진을 섭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중권(진보·이론), 정봉주(진보·현실), 전여옥(보수·이론), 안형환(보수·현실)이다. 이 때문에 진 교수의 주장에 정 전 의원도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토론이 가능했다.
“2012년 대선을 겪고 상대편을 적으로 돌리는 게 올바른지 자문한 적이 있어요. ‘외부자들’로 진영 밖에도 연대할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진 교수)
“일부 극우 경향의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를 폄하했을 때 전 작가나 안 의원이 보수가 더 슬퍼해야 한다고 말해줘서 고마웠어요.”(정 전 의원)
전 작가는 ‘외부자들’을 통해 가장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시청자에게 보여줬다고 했다. “정치를 하면서 남의 인생을 사는 저의 모습이 안타깝다는 얘길 들었어요. 그동안 제 마음을 움켜잡고 살았는데 외부자들 제작진에는 제 마음을 맡겨요. 지금 제 모습에 실망했다는 분에게는 ‘외부자들 꼭 좀 봐주세요’라고 이야기해요.”
안 전 의원은 “52주 동안 결방이 한 번도 없었는데 저도 방송사 근무를 해봤지만 매우 드문 일이고 의미가 있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부정적으로 보고 냉소하지만 결코 그것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정치라는 주제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하고 관심 갖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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