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성 작가 마스다 미리의 만화 ‘오늘의 인생’을 봤습니다. 작가의 일상을 그린 건데, 몇 쪽 분량의 에피소드도 있지만 네모 칸 다섯 개짜리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상이겠지요.
이 책, 가벼운 마음으로 들었는데 경건해집니다. 어느 날 작가는 오사카에 일이 있어 부모님 댁에 머뭅니다. 주로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음식을 사는 작가가 아빠에게 묻습니다. “뭐 드시고 싶어요?” 말씀 없는 아빠를 보면서는 이렇게 혼자 생각합니다. ‘아빠는 먹을 것에 집착이 아주 강한데, 그게 다 빈곤했던 어린 시절 늘 배를 곯았던 경험에서 온 것 같아서. 여러모로 짜증스러운 면도 있는 우리 아빠이지만 맛있는 것을 사다 드리고 싶은 마음은 딸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어딘가 어린아이를 대하는 애정 비슷한 마음을 느낍니다.’
생각해보니, 작가만 ‘오늘의 인생’을 쓰는 게 아니었습니다. 저만 해도 하루에도 여러 번 페이스북에 제 식대로 오늘의 인생을 씁니다. 동지에 먹는 팥죽, 과일 넣어 끓인 따뜻한 와인, 아이들의 그림 등등. 휴일 근무가 하루 이틀도 아니건만 이번 크리스마스이브에 회사에서 야근하면서는 유독 아이들 생각이 많이 났죠.
그때 한 지인의 오늘의 인생을 전해 들었습니다. “위독한 어머니를 병원에서 간호하며 크리스마스를 맞네요. 부디 새해도 이곳에서 맞았으면 해요. 소박하지만 큰 바람이에요.”
평소 제가 “힘들어 죽겠다” “정말 못됐다”고 하면 “그렇게 ‘큰 말’은 쓰지 않는 게 좋아”라고 직언해 주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에게 줄 연말연시 선물을 고민하다가 ‘3년 다이어리’를 샀습니다. 친구 것 사는 김에 제 것도 하나. 1월 1일이라고 하면 앞으로 3년의 새해 첫날이 같은 페이지에 있습니다. 5년 다이어리는 쓰다가 지칠 것 같아서 일단 3년으로!
하루하루 안녕하게. 지나치게 일희일비하지 않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담담한 오늘의 인생을 위해. 잘 부탁합니다.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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