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 책은 출판사 입장에선 ‘가장 적절한 시기’에 출간했으리라. 14일 스타워즈 8편에 해당하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가 국내 개봉했으니 세간의 주목은 떼어 놓은 당상. 어라, 그런데 28일 기준 관객 수가 100만 명도 되질 않는다고? 아, 이것 참. 띠지에 둘러놓은 ‘워싱턴포스트 No.1 베스트셀러’란 문구가 왠지 휑하다.
저자도 얘기했다. “인류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뉠 수 있다. 스타워즈를 사랑하는 사람,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사람, 스타워즈를 사랑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라고. 최신작 관객 수가 스타워즈에 대한 애정을 측정하는 절대적 기준이야 되지 않겠지만. 이 책을 집어 들 독자들이 누구일지는 뻔해 보인다.
그래도 하나는 분명하게 얘기할 수 있다. ‘스타워즈’엔 별 신경 안 썼거나 갈수록 실망했던 이라 할지라도 다시 한 번 ‘관심’을 갖게 될 거라고. 어쩌면 “그래, 그래도 스타워즈잖아”라며 영화관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또 낙담할지언정. 그만큼 이 책은 스타워즈가 어떤 매력을 지닌 영화인지, 왜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세계가 열광하는지를 훑었다. 뜨겁고 깊은 애정을 갖고.
흥미로운 건 스타워즈 ‘덕후’인 저자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법학자란 점이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로버트 웜슬리 대학 교수인 그는 2009∼2012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규제정보국 책임자를 맡았던 인물이다. 국내에선 2009년 베스트셀러가 됐던 ‘넛지’의 공저자로도 이름을 떨쳤다.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뜻을 가진 ‘넛지(nudge)’는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지칭하는 경제학 용어다. 거창하게 말하면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의 바탕이 되는 개념이란다.
이런 저자 소개만 들으면 책이 무겁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겠다. 뭐, 솔직히 말하면 뒷부분엔 그런 대목도 없지 않다. 스타워즈 얘기라고 꼬셔놓고 결국엔 자신의 법철학을 설파하는 ‘선생님’ 본색을 드러내곤 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렇게 책장 넘기는 속도가 느려지지 않는다. 너무 찬사 일색이라 살짝 배알이 꼴릴 때도 있지만, 가벼운 맘으로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리며 흐뭇하게 읽을 만하다.
안타깝지만 이런 흐름은 양날의 검인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어중간하게 문지방에 올라서 있는 모양새라고나 할까. 확 문을 젖히고 들어가지 않아 깊이 있는 깨달음을 건질 기회가 적다. 게다가 너무 여러 주제를 이것저것 다룬다. ‘겉핥기’로 여겨질 정도로.
물론 이건 전략적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영화 ‘스타워즈’를 돌이켜보라. 근사하긴 하나 걸작 예술작품은 아니지 않나. 다소 다양한 해석이 나오긴 해도, 스타워즈는 대사도 줄거리도 알기 쉽고 어렵지 않아 더 애정이 간다. 그럼 그걸 두고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는 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어리석은 짓이다. 그런 뜻에서 책 ‘스타워즈로…’는 과하지 않고 딱 적당하다. 이미 포스가 함께하는데 뭘 더 바라겠나. 원제 ‘The World according to Star Wars’(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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