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에서 20대 발랄한 대학생 콘스탄스 역을 맡은 박소담(왼쪽)과 고집불통 할아버지 앙리 역의 이순재. 수현재컴퍼니 제공
다소 억지스러운 이야기 구조는 헐겁고 개연성이 떨어지지만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작품의 맛을 살렸다.
‘앙리 할아버지와 나’는 며느리를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는 고집불통 아버지 앙리가 아들의 이혼을 조장하는 모종의 계획을 다룬 작품이다. 앙리가 자신의 집에 세입자로 입주한 가난한 20대 여대생 콘스탄스에게 6개월 치 방세를 깎아 줄 테니 자신의 아들을 유혹해 아들 부부를 갈라서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다소 황당한 제안이지만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던 콘스탄스는 결국 이를 받아들인다.
앙리의 아들인 폴은 고지식하고 종교에 모든 것을 거는 아내 발레리와 전혀 다른 모습의 콘스탄스에게 매력을 느낀다. 상황이 다소 막장으로 흐르며 앙리의 계획대로 흘러가는 듯하지만 극 막바지에 이르러 막장 드라마 대신 현실적인 결말로 훈훈한 끝맺음을 보인다.
아쉬운 건 각 장의 연결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해 이야기가 다소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극 후반부 콘스탄스의 심경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리지 못했고, 앙리의 죽음 이후 갑작스러운 감동과 따뜻함을 강요하는 듯한 대사와 장면들은 부자연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중심을 잡은 건 앙리 역의 배우 이순재와 신구, 콘스탄스 역의 박소담 김슬기 등 출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호흡이었다. 2월 11일까지 서울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4만∼6만 원. 02-744-7661 ★★☆(★ 5개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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