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조… 정호승… 신달자…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담은 詩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5일 03시 00분


중견시인 36명 ‘화시전’

‘고래는/요동치는 섬이며 숲이다/창과 작살이 그 몸에 박혀/피와 녹물이 흘러도/그는 죽지 않는다/천하제일의/장엄한 고독이여/지축도 흔드는 무적의 힘이여//….’

김남조 시인의 ‘고래’다. 김 시인을 비롯해 정호승 신달자 나태주 윤후명 오탁번 등 36명의 시인이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서 영감을 얻어 육필로 쓴 시를 전시하는 ‘대곡천 암각화 육필 화시전’이 울산 울주군 반구대교육문화센터에서 16일까지 열린다. 이후 작품들은 울산문화예술회관, KTX울산역을 비롯해 서울 대구 부산 등 전국을 순회하며 전시된다.

반구대 포럼은 국보인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이번 화시전(畵詩展)을 기획했다. 암각화의 보존을 촉구하고 가치를 널리 알리는 의미도 있다.

윤후명 시인은 ‘바위 위의 얼굴’을 쓰고 직접 그림도 그렸다.

‘고래를 따라/나는 오랜 세월 바다를/떠돌았다// …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하여/얼굴을 비춰보는 이 바위에/그려진 모습이여/바위 깊이 새겨진 내 삶이여’

허영자 시인은 ‘누구였을까’에서 시대를 초월한 모정을 노래했다.

‘새끼를 등에 업은/고래나/애기를 등에 업은/사람이나/엄마 마음은 매한가지// … 이 마음 이 사랑을/곱게 헤아려/돌에 새긴 그 이는/누구였을까’

화시전에 참가한 시인 가운데 많은 이들은 과거에 이미 개인적으로 반구대 암각화를 찾아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의 공동추진위원장인 이건청 한양대 명예교수는 “이 땅의 선사인들이 창작한 암각화가 현대 시인들에 의해 새 생명으로 태어나게 됐다”며 “멸절 위기에 처한 암각화의 소중한 가치를 널리 알리고 근본적인 보존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관람료는 무료.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김남조#정호승#신달자#화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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