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츠’의 완벽한 무대 뒤엔 이들이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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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 최장수 제작진, 김기영 음향 디자이너―안현주 슈퍼바이저

뮤지컬 ‘캣츠’가 유독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안현주 슈퍼바이저(왼쪽)는 “하루도 빠짐없이 공연 7시간 전부터 리허설을 진행해 마지막까지 작품의 질을 유지하는 프로 정신”을 꼽았고, 김기영 음향 디자이너는 “작품 자체가 명품”이라고 평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뮤지컬 ‘캣츠’가 유독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안현주 슈퍼바이저(왼쪽)는 “하루도 빠짐없이 공연 7시간 전부터 리허설을 진행해 마지막까지 작품의 질을 유지하는 프로 정신”을 꼽았고, 김기영 음향 디자이너는 “작품 자체가 명품”이라고 평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뮤지컬 ‘캣츠’가 국내 뮤지컬 사상 처음으로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돌파했다. 화려한 기록 뒤에는 15년간 뮤지컬 ‘캣츠’를 지켜온 최장수 스태프들이 있다. 2003년 초연부터 계속 참여한 김기영 음향 디자이너(52)와 안현주 의상·분장·가발 슈퍼바이저(46)다.

김기영 음향 디자이너는 1993년 ‘레미제라블’을 시작으로 ‘렌트’ ‘명성황후’ ‘오페라의 유령’ ‘아이다’ ‘맘마미아’ ‘시카고’ 등에 참여한 1세대 대표 음향 감독이다. 현재 공연 중인 ‘빌리 엘리어트’ ‘모래시계’도 그의 손을 거쳤다. 안현주 슈퍼바이저 역시 ‘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서편제’ ‘헤드윅’ ‘브로드웨이 42번가’ ‘맘마미아’ ‘스위니 토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의 의상을 담당했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뮤지컬 배우들의 신체 사이즈를 꿰뚫고 있다.

‘캣츠’ 서울 공연을 앞두고 작업이 한창인 김기영 음향 디자이너와 안현주 슈퍼바이저를 3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5년간 한 작품을 작업해서일까. 두 사람은 ‘캣츠’를 둘러싼 에피소드를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안현주 슈퍼바이저는 배우들과의 일화를 전했다.

“2008년 공연 때 그리자벨라 역을 맡은 옥주현 씨가 등장 타이밍을 놓쳐서 장갑을 끼지 않은 채 급하게 무대에 오른 적이 있어요. 이전 시즌에 입은 옷을 물려받은 럼텀터거 역의 빅뱅 멤버 대성 씨는 엉덩이 부분이 유독 많이 닳아 살짝 비치기도 했고요. 대성 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어요.”

실제로 당시 대성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고양이 역할이라 티팬티를 입었는데 의상이 손톱으로 그으면 찢어질 정도로 얇았다. 많은 분들이 엉덩이를 봤다고 얘기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김기영 음향 디자이너는 ‘캣츠’의 비밀을 고백했다.

“‘립싱크’ 장면이 몇 개 있어요. ‘그라울타이거의 마지막 접전’ 장면에서 샴 고양이인 키산드라와 몇몇 고양이들이 전체가 막혀 있는 마스크를 얼굴에 쓰고 등장해요. 마스크가 마이크를 가려 그 부분의 대사만 녹음해 공연에 사용하죠. 작품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답니다.”

고양이들이 객석을 향해 뛰어가는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장면에서는 마이크를 찬 배우들이 스피커 앞을 지나가면 ‘웅∼’ ‘삐∼’ 같은 하울링이 생긴다. 이 때문에 고양이들이 스피커 앞을 지나쳐 달려갈 때 마이크를 살짝 껐다가 고양이들이 무대로 돌아오면 마이크를 켠다.

두 사람 모두 국내 뮤지컬 업계의 베테랑이다. 그들에게 ‘캣츠’는 어떤 특별함을 지닌 작품일까. 안현주 슈퍼바이저는 “‘캣츠’의 의상은 여느 작품과 달리 유니타드라는 스판 원단에 일일이 수작업으로 페인팅을 해서 만든다”며 “가까이서 보면 30개 고양이들 의상마다 붓 터치가 다르고 독특하다”고 소개했다. 김기영 음향 디자이너는 ‘캣츠’는 일반 스피커 56개, 서라운드 스피커 14개 등 모두 70개의 스피커가 동원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1막 오프닝곡이 나오기 전 고양이들이 등장할 때 나는 자동차 소리는 서라운드 스피커를 활용해 객석에서 소리가 먼저 돌고 무대로 향하게 한다. 소리가 연기를 하는 작품이다”고 말했다. 28일부터 2월 18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5만∼17만 원. 1577-3363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캣츠#뮤지컬#김기영#안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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