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가 흑의 입장에선 눈엣가시 같은 돌이다. 이 돌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흑이 위아래로 끊겨서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야 한다.
물론 백도 지금 바로 움직일 때는 아니다. 주변 여건이 성숙하길 기다리면서 좌하 백말부터 보강한다.
그 대신 흑 41과 같은 요처를 흑에게 넘겨주는 건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보통이라면 참고도 백 1로 받는다. 그럼 흑 2가 있다. 어중간한 수처럼 보이지만 백이 받아준다면 자체로 이득이고 받지 않는다면 흑 한 점을 살려 백을 공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막상 흑 2 같은 수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알파고는 화점에서 양걸침을 당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그래서 흑 41에도 응수하지 않고 백 42로 슬쩍 흑의 옆구리를 한번 찔러 본 다음 44로 다시 좌하 백을 보강한다. 알파고의 행마를 보면 전성기의 이창호 9단을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남들은 다 ‘발(행마)이 느리다’ ‘너무 두텁다’며 의아해할 때 이 9단만은 그 가치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만약 알파고가 이 9단 전성기 때 나왔다면 굉장히 재미있는 바둑을 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흑은 백의 느린 행마를 틈타 45를 선착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우변에선 흑이 주도권을 잡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