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과 아프리카, 음악으로 연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5일 03시 00분


하림, 평창 아트드림캠프 참여… “자연스레 하나되는 게 음악의 본질”
이주노동자 위한 공연도 진행… “일상에서 즐길 생활음악 절실”

지난해 11월 아프리카 말라위를 방문한 가수 하림(오른쪽). 하림은 말라위 카롱가 지역 루수빌로 뮤직센터 학생들을 가르치는 캠프에 참여해 연주를 함께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지난해 11월 아프리카 말라위를 방문한 가수 하림(오른쪽). 하림은 말라위 카롱가 지역 루수빌로 뮤직센터 학생들을 가르치는 캠프에 참여해 연주를 함께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데뷔 뒤에 찾아온 허무와 결핍 때문이었습니다.”

의외였다. ‘출국’(2001년),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2004년) 등 호소력 짙은 음악으로 사랑받아 온 가수 하림(42). 하지만 12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만난 그는 “데뷔 직후 고민에 빠져 세계를 돌며 ‘음악 방랑’을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엇이 그를 그리 내몰았을까.

“어릴 때 음악은 제 삶의 중심이었어요. 그런데 데뷔하자 음악이 도구가 됐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히트 곡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받게 됐고, 그에 대한 반론을 스스로 찾지 못했어요. 답답한 마음에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하림은 2000년대 아일랜드 스페인 인도 등 ‘월드뮤직’ 강국을 숱하게 탐방했다. 다큐멘터리 촬영차 방문했던 아프리카와 인연을 맺은 것도 그때쯤이었다.

“당시 아프리카의 한 소녀에게 기타를 보내주기로 약속했어요. 그런데 국내에 돌아와 공연에 빠져 잊고 지냈죠. 뒤늦게 생각나 바로 기타를 보냈어요. 그게 2008년, 해마다 아프리카에 기타를 보내는 ‘기타 포 아프리카’를 시작한 계기예요.”

아프리카와의 인연은 최근 자연스럽게 ‘2018 평창문화올림픽-아트드림캠프’로 이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최한 이 캠프는 겨울스포츠가 낯선 말라위와 베트남,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청소년들이 한국 예술가와 교류하는 프로젝트다. 이날 서강대에서 열린 음악회 ‘평화의 눈꽃, 나리다’도 각국 청소년과 함께 합동 공연을 펼치는 결과물이었다. 지난해 11월 말라위에서 음악 교육을 진행했던 하림도 학생들과 함께 만든 곡 ‘흥’과 ‘하모니’를 선보였다.

“말라위 친구들은 에너지가 넘쳐 흥분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게 중요했어요. 합주할 때도 제가 먼저 지치곤 했죠. 그 과정에서 오히려 고민거리가 생겼어요. 무대와 관객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방법이 뭘까, 음악의 원초적인 것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

하림은 그런 고민 끝에 ‘문화 예술도 결국 삶을 위한 것’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스페인의 ‘플라멩코’란 춤과 음악은 누구나 즐기는 일상의 예술이죠. 우리 역시 일상에서 함께 즐기는 ‘생활 음악’이 더 필요한 게 아닐까요. 예술이 삶에서 출발해야 시장도 살아나고 예술가도 살 수 있습니다. 음악의 도구화와 상업화를 경계해야 하는데, 브레이크를 잡는 사람들이 부족해 안타까워요.”

최근 그는 이주노동자에게 음악을 즐길 무대를 제공하는 ‘국경 없는 음악회’도 진행한다. “현장 음악이 중요하고, 기록을 위한 음악은 두 번째라고 생각해 앨범 작업을 피해 도망 다녔다”는 하림. 다음 앨범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당분간은 문화 프로젝트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언젠가 저의 생각이 조금 더 열리면, 그동안 꾸준히 작업해온 많은 음악을 기회가 되는 대로 선보이겠습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가수 하림#평창올림픽#아프리카#말라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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