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복제인간이 있다면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어째서 그런 걸 증명하셔야 했던 거죠? 우리한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있었나요?―‘나를 보내지 마’(가즈오 이시구로·민음사·2009년)》

복제인간은 문학과 영화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는 1970년대 영국에서 장기이식을 위한 복제인간들이 모여 생활하는 ‘헤일셤’을 배경으로 했다. 이 소설이 기존의 복제인간 소재의 문학작품이나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 복제인간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이나, 인간복제가 낳을 부작용에 대한 경고를 던지기보다는 복제인간의 ‘인간성’을 부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즈오가 그린 소설 속 복제인간들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주인공 캐시를 비롯해 캐시의 ‘절친’이었던 루스, 토미 등이 헤일셤에서 보내는 유년 시절은 놀랍도록 인간과 비슷하다. 친구를 향한 시기와 애정, 이성을 향한 호기심과 사랑 등이 그렇다. 이들이 생활하는 ‘헤일셤’이라는 공간의 평범함 역시 복제인간과 인간을 구분하기 힘들게 만드는 요소다. 헤일셤은 복제인간들이 태어난 직후부터 인간 세상으로 나가게 되는 16세 때까지 생활하는 공간으로 일종의 ‘기숙학교’ 역할을 한다.

“어째서 그런 걸 증명하셔야 했던 거죠? 우리한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있었나요?” 장기이식으로 죽음을 앞둔 토미가 헤일셤 선생님과 재회해 던진 질문이다. 토미는 복제인간의 ‘인간성’을 입증하기 위해 헤일셤 학생들의 시, 그림 등 예술작품을 선별해 인간 세상에 전시했다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는 ‘우리에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냐’고 반문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영혼을 가진 하나의 인간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가즈오는 복제인간을 인간과 전혀 다르지 않은 존재로 묘사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마주하게 될 ‘불편한 진실’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려 했을지 모른다. 그는 복제인간이 쇠로 이뤄진 기계가 아니라, 피부의 질감부터 세밀한 감정까지 우리와 똑같은 존재로 태어나는 시대가 왔을 때를 그린다. 이때 인간이 복제인간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한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있었냐’는 토미의 질문을 곱씹게 되는 이유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나를 보내지 마#가즈오 이시구로#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