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이 84로 중앙에 끊기는 약점을 보강했는데도 흑은 아랑곳없이 85, 87로 끊어간다. 흑도 부담스럽지만 백에게 골칫거리가 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놓자는 뜻이다. 그러나 백도 당장 겁낼 이유는 없다. 아직 좌변 흑이 미생이기 때문에 중앙 백이 생각보단 위험하진 않다.
흑은 중앙 석 점을 살리지 않고 우 하귀에서 93으로 달린다. 진작부터 두고 싶던 자리다. 그런데 이때 알파고 리가 의아한 수를 던진다. 흑 95는 백 96과 교환돼 그 자체로 손해 보는 수. 여기는 참고 1도 흑 1을 먼저 두는 것이 정수다. 백 2로 이으면 흑 3, 5가 기분 좋다. 백이 참고 2도 2로 받으면? 이때도 백 8까지 선수 이득을 취한다.
이 같은 수를 모를 리 없는 알파고가 굳이 흑 95와 같은 손해수를 자청한 것은 선수를 잡고 싶었기 때문. 보면 우변 흑 석 점이 약한데 95가 있어 이젠 손 빼도 거의 완생 형태다. 하지만 95로 손해를 본 대신 차지한 흑 97이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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