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여행하다 지갑을 통째로 도둑맞은 적이 있다. 다행히 신분증이나 카드는 없었지만, 산 지 얼마 안 되는 아끼는 지갑인 데다 쇼핑하기 위해 현금을 잔뜩 찾아둔 상태라 무척 충격이 컸다. 지갑을 도로 찾을 수도 없었을뿐더러 여행 기분을 완전히 잡쳐 버렸음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당시 발상을 이렇게 전환했으면 어땠을까. 만약 그 지갑을 훔쳐간 사람이 정말 가난해 생계가 막막했던 누군가였을 거라고. 내 지갑이 그들 인생의 분기점이 될 만큼 중요한 도움이 됐을 거라고. 그렇다면, 뭐 기꺼운 마음이 든다.
작가 롤프 도벨리는 ‘불행 피하기 기술’에서 발상을 간단히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삶이 행복해질 수 있음을 알려준다. 뜻하지 않게 주차위반 딱지를 떼이거나 속도위반 과태료 납부 통지서가 날아와도, 세금이 갈수록 높아져도, 비행기가 연착되고 접촉사고가 나도 짜증을 낼 이유가 없다. 어차피 사건은 일어났고, 중요한 건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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