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 雪國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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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여행 전문기자의 休]눈과 스키의 고향 日 니가타
노벨문학상 소설 ‘설국’의 무대… 하룻밤 새 1m 이상 흰눈 쌓이기도

설국으로 들어가는 길에 조우하는 풍광은 이렇듯 순백의 눈으로 환히 빛났다. 유자와정을 향해 간에쓰 자동차도로를 달리던 중 보게 되는 정면의 산은 유명 사케 브랜드이기도 한 핫카이산이고 그 오른편은 나카노다케. 고마가타케까지 포함해 에치고 3산이라 불린다. 미나미우오누마시에서 summer@donga.com
설국으로 들어가는 길에 조우하는 풍광은 이렇듯 순백의 눈으로 환히 빛났다. 유자와정을 향해 간에쓰 자동차도로를 달리던 중 보게 되는 정면의 산은 유명 사케 브랜드이기도 한 핫카이산이고 그 오른편은 나카노다케. 고마가타케까지 포함해 에치고 3산이라 불린다. 미나미우오누마시에서 summer@donga.com
이 겨울, 풍성한 눈과 아름다운 설경이 그립다면 일본 니가타로 여행을 떠나자. 이곳은 이번 평창 겨울올림픽을 맞아 환국하는 한국의 4세기경 고대 스키가 전시됐던 곳으로도 알려진 곳이다. 3월 말까지는 곤지암 리조트에서 전시되고 이후엔 조에쓰시의 일본스키발상기념관에서 다시 전시가 계속된다. 니가타는 또 일본에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선사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유키구니(雪國)’의 무대이자 집필 장소이기도 하다. 작가는 근 3년을 유명한 스키장이자 온천마을인 유자와정에 머물며 소설을 썼다. 니가타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직항편이 인천 출발은 오후, 인천 도착은 오전인 일본인 승객 위주 스케줄로 오가기가 불편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천에서 오전에 출발하고 오후에 돌아오는 한국인 위주로 바뀌어 항공편 이동이 쉬워졌다. 일본을 대표하는 설국 니가타로 안내한다.
 

스키발상기념관

니가타는 눈과 쌀, 술로 이름난 곳이다. 그 눈은 지금도 하룻밤 새 1m 이상 내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정도. 그 눈은 앞바다 동해와 남북으로 내달리는 에치고산맥의 산지의 조화. 북서계절풍을 타고 밀려온 따뜻한 동해의 습기가 이 산맥에 부딪혀 상승하면서 눈으로 변한 것이다. 그런 니가타에서도 눈 고장은 따로 있다. 조에쓰시다. 오죽하면 집집마다 처마를 이어 지붕 밑까지 쌓이는 폭설에 도로가 막히면 그 처마 지붕을 길 삼아 밟고 다니도록 고안한 ‘간기(雁木)’가 여기서 개발됐을까. 그 덕분에 이곳 다카다는 일본 스키 발상지가 됐다.

계기는 1911년 이곳에 주둔한 제13보병사단의 스키부대 창설. 당시 나가오카 가이시 사단장은 만주와 시베리아에서 활동할 이 산악사단의 전력 강화차 스키 도입을 추진했다. 그런데 마침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육군에서 스키를 배운 테오도르 에들러 폰 레르히 소령이 1910년 일본에 올 예정이었다. 그는 당시 스키 전문가. 그래서 스키를 부탁했고 그는 두 대를 가져와 1911년 1월부터 1년여 동안 다카다의 연병장과 가나야산에서 군인과 시민에게 가르쳤다.

설국의 고향

1934년부터 3년여간 소설 ‘유키구니’가 집필된 료칸 객실. 유자와정에서 summer@donga.com
1934년부터 3년여간 소설 ‘유키구니’가 집필된 료칸 객실. 유자와정에서 summer@donga.com
하지만 니가타의 유명 스키 지역은 여기가 아니다. 유자와정과 묘코고원이다. 유자와정은 소설 ‘유키구니’의 무대이자 소설이 집필된 이름난 온천타운. 작가 가와바타가 3년여 머물며 소설을 썼던 료칸 ‘다카한’을 비롯해 많은 온천 료칸이 길가에 즐비하다. 그 중심은 조에쓰신칸센(도쿄∼니가타)의 에치고유자와 역 앞. 료칸 다카한은 현대식 건물로 변했지만 집필 당시 묵던 객실은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보존 중. 그 옆엔 소설 ‘유키구니’ 전시관이 있고 거기선 온종일 영화 ‘유키구니’가 방영된다.

도쿄에서 에치고유자와역까지는 72분. 신칸센을 이용하는 도시 스키어가 선호하고 그래서 갈라(GALA)유자와라는 특별한 스키장도 생겼다. 이곳은 신칸센 역 자체가 스키하우스로 고속철 승객은 역사에서 스키를 신고 그대로 슬로프에 진입하는 특별한 경험을 한다. 이런 철도 병합 스키장으로는 세계 유일이자 최초다. 일본 유수의 프린스호텔을 갖춘 마운트나에바는 단일 규모로 일본에서 가장 큰 스키장이다. 명문 나에바 스키장과 이웃한 가구라 지역 스키장 2개(다시로, 미쓰마타)가 길이 5.5km 곤돌라로 연결됐다. 이 밖에도 유자와정 마을 뒤편에 고쿠사이 스키장이 있다.

묘코고원 스키

일본에 스키를 전래시킨 레르히 소령의 동상. 다카다의 가나야산에 있다. 조에쓰시에서 summer@donga.com
일본에 스키를 전래시킨 레르히 소령의 동상. 다카다의 가나야산에 있다. 조에쓰시에서 summer@donga.com
이곳은 해발 2454m의 묘코산을 중심으로 발달한 해발 550m의 고원. 정상에선 후지산이 보이고 스키 슬로프에선 19개의 스키장을 거느린 시가고원(나가노현)도 보인다. 묘코고원의 스키장은 총 7개. 그리고 숙소 중 2개는 일본 최고급이다. 하나는 해발 1000m 아카칸 스키장의 슬로프 중턱에 들어선 스키인 스키아웃(Ski-in Ski-out) 리조트(슬로프가 호텔 현관과 연결돼 스키를 타기 위해 걷지 않아도 되는 형태의 숙소) 아카쿠라간코호텔. 오쿠라호텔을 지은 전설적인 일본 호텔리어가 1937년에 유럽 스키어 유치를 목표로 공들여 지은 유럽 산장풍 숙소다. 다른 하나는 일본롯데가 매입해 올 시즌 재개관한 아라이 리조트다.

이곳의 7개 스키장은 모두 묘코산에 있는데 제각각 이름은 그곳 온천에서 왔다. 최고 인기는 최대 고도차(1124m)의 묘코 스기노하라 스키장. 8.5km 슬로프도 역시 일본에서 가장 긴 코스. 이곳에선 인공설을 사용하지 않고 100% 자연설로만 슬로프를 다진다. 그래서 개장이 12월 말로 늦지만 시즌은 4월 15일까지로 긴 편이다.

니가타현에서 조성하 여행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일본#니가타#가와바타 야스나리#유키구니#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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