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스타성과 연기력, 필모그래피 등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중량감 만렙(게임의 최고 레벨)’인 여배우들이 TV 드라마에서 맞붙는다. 먼저 포문을 연 건 ‘여왕’ 고현정. 17일 시작한 SBS 수목드라마 ‘리턴’에서 상류층 살인 스캔들을 파헤치는 변호사 최자혜를 맡았다.
24일엔 같은 요일, 비슷한 시간대에 tvN ‘마더’로 ‘안방불패’ 이보영이 돌아온다. 학대받는 아이를 납치해 스스로 엄마가 되는 여교사 수진으로 파격 변신한다. 다음 달 5일엔 ‘영원한 삼순이’ 김선아도 SBS ‘키스 먼저 할까요?’로 여배우 대전에 합류한다. 누구 하나 빼놓고 가기엔 아까운 센 언니들.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세 배우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한 ‘스카우팅 리포트’를 작성해봤다.
○ 고현정, 독보적인 강속구를 지닌 선발투수
드라마 ‘선덕여왕’(2009년)과 ‘대물’(2010년) ‘히트’(2007년) 등 고현정은 언제나 색깔이 확고하고 강하다. 웬만한 남성 배우는 조연으로 느껴질 정도인 확고부동한 에이스. 1995년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모래시계’부터 오랜 세월 마운드를 지켜온 풍부한 경험도 장점이다. 2년 만에 컴백한 드라마 ‘리턴’에서도 복합적 감정을 자유자재로 연기하며 ‘역시 고현정’이란 찬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선발 불펜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투수는 아니란 평가도 존재한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대작에선 크게 빛나는 배우지만 오히려 소소한 일상을 담은 작품에선 별 재미를 못 보는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2013년 MBC 드라마 ‘여왕의 교실’ 등은 시청률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현재 ‘리턴’의 시청률은 9.0%(4회 기준). 조금씩 시청률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아직 ‘이름값’에 비하면 아쉬운 수치다.
○ 이보영, 공격에 수비까지 되는 MVP 포수
이보영은 꾸준하다. 그것도 꾸준하게 성적이 좋다. “어떤 드라마에서도 득이 되는 흥행카드”(‘마더’ 제작진)란 찬사는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특히 2012년부터 ‘내 딸 서영이’(KBS2) ‘너의 목소리가 들려’(SBS) ‘귓속말’(SBS) 등 줄곧 대형 히트를 기록했다. 현재 가장 믿음직한 ‘안방마님’ 포수다.
게다가 어떤 팀(장르)을 이끌어도 고유한 색을 입히는 리더십(연기력)도 갖췄다. 경찰이나 변호사로 출연한 장르물도 이보영이 나오면 ‘가족’의 냄새가 난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가녀리지만 굳은 심지를 지닌 야생화 같은 매력을 지녔다”며 “다양한 세대의 시청자들에게서 연민과 지지를 이끌어 내는 힘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홈그라운드(TV)에서 보여주는 엄청난 활약에 비해, 원정(영화)에선 밋밋한 성적을 내는 기복도 있다.
○ 김선아, 일발장타를 갖춘 거포 1루수
‘장타력은 베이브 루스급. 선구안은 글쎄….’
김선아는 너무나 탐나는 타자다.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MVP와 우승을 동시에 거머쥔 경력. ‘여자 차태현’이라 불릴 정도로 살짝 궁상맞은 ‘생활연기’는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2005년의 영광이 너무 눈부신 탓일까. 이후의 행보는 다소 심심하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삼순이 김선아라고 하면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지도 있는 배우”라며 “하지만 이후 자기와 어울리는 역할을 만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런 의미에서 차기작 ‘키스 먼저 할까요?’는 그의 장기인 ‘억척녀’를 다시 한번 선보일 무대가 될 수 있다. 김선아는 이번 작품에서 권고사직 압박을 받는 스튜어디스 안순진을 연기한다. 4년 만에 드라마에 컴백하는 감우성과 40대 멜로를 선보일 예정. 이번 타석, 그의 타구는 또다시 펜스를 넘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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