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불멸이야! 나와 같이 낳지도 않고 존재도 않는 그것의 불멸보다 더한 불멸은 없는 것이야. 허구의 실재란 하나의 생각이다. 그리고 생각은 항상 불멸이지….”
강원 평창으로 취재를 가다 문득 소설 ‘안개’가 떠올랐다. 스페인 문학의 거장 미겔 데 우나무노(1864∼1936)의 작품. 자신이 소설 속 인물인 걸 깨달은 아우구스토는 외친다. “나는 불멸이다! 나는 불멸이다!”
반면 체코 출신 작가 밀란 쿤데라는 소설 ‘불멸’에서 좀 더 ‘속물적’인 불멸을 그린다. 타인의 기억 속에 남는 것. 뛰어난 학자도 하나의 우스운 에피소드로 회자될 수 있고, 진실이야 어쨌건 세기의 러브 스토리 주인공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필멸의 숙명을 지닌 인간은 되건 안 되건 이것저것 주무른다. 마천루를 짓는다거나, 사람을 화성에 보낼 궁리를 하거나, 아니면 패를 갈라 싸움을 벌이며 불멸을 찾는다. 전 세계에서 모여 운동능력을 겨루는 올림픽도 그중 하나다. 다음 달 평창 겨울올림픽은 어떤 ‘위대한 기억’을 남기게 될는지….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가 되진 말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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