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평창 겨울올림픽이 남길 ‘위대한 기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4일 03시 00분


“난 불멸이야! 나와 같이 낳지도 않고 존재도 않는 그것의 불멸보다 더한 불멸은 없는 것이야. 허구의 실재란 하나의 생각이다. 그리고 생각은 항상 불멸이지….”

강원 평창으로 취재를 가다 문득 소설 ‘안개’가 떠올랐다. 스페인 문학의 거장 미겔 데 우나무노(1864∼1936)의 작품. 자신이 소설 속 인물인 걸 깨달은 아우구스토는 외친다. “나는 불멸이다! 나는 불멸이다!”

반면 체코 출신 작가 밀란 쿤데라는 소설 ‘불멸’에서 좀 더 ‘속물적’인 불멸을 그린다. 타인의 기억 속에 남는 것. 뛰어난 학자도 하나의 우스운 에피소드로 회자될 수 있고, 진실이야 어쨌건 세기의 러브 스토리 주인공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필멸의 숙명을 지닌 인간은 되건 안 되건 이것저것 주무른다. 마천루를 짓는다거나, 사람을 화성에 보낼 궁리를 하거나, 아니면 패를 갈라 싸움을 벌이며 불멸을 찾는다. 전 세계에서 모여 운동능력을 겨루는 올림픽도 그중 하나다. 다음 달 평창 겨울올림픽은 어떤 ‘위대한 기억’을 남기게 될는지….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가 되진 말아야 할 텐데.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2018 평창 겨울올림픽#소설 안개#미겔 데 우나무노#불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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