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가정사역단체 하이패밀리 대표인 송길원 목사(61)는 교계에서 손꼽히는 행복전도사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 팽목항에 추모의 의미를 담은 우체통을 설치해 ‘하늘나라 우체국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 경기 양평군 서종면의 복합기독교(개신교)문화공간 W스토리에서 만난 그는 나이 60 넘어 첫 담임목사가 된 사연을 들려줬다.
W스토리 건축 등으로 그가 어렵다는 소문이 돌자 동기생들이 나섰다. ‘무관의 송일병 구하기’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옥수석(거제교회) 이종관(울산시민교회) 박성실(제일신마산교회) 담임목사 등 고려신학대학원 졸업 동기생 60명이 지난해 정성을 모은 2억 4000만 원을 그에게 전달했다. 그러면서 한 동기생은 “송길원, 저긴 담임도 한번 못 해봐 목사도 아닌기라. 되든 안 되든 한번 해 봐라”라고 했다. 농담 섞인 동기들의 배려에 감격한 그는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다.
송 목사는 초기에는 교단 행정과 의대 교목(校牧), 이후에는 가정사역단체를 중심으로 활동해 담임목사를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여겼다. “다른 이들은 하지 않는 영역에서 혼자 뛰면 1등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있었다. 교회나 신자의 도움 없이 활동하는 그는 동기들 사이에서 ‘무관의 송 목사’로 불렸다.
동기들 ‘등쌀’에 밀린 그는 W스토리 내의 청란교회 담임목사가 됐다. 2012년 세워진 이 곳은 바닥 면적 13m², 높이 9.7m인 푸른 계란 모양의 초소형 교회로 종교개혁 500주년의 정신을 담고 있다. 아직 신자는 40여명으로 많지 않다. 초보 목사의 티를 벗지 못하고 있다는 자평이다. “전도사님이 부활절 예배인데 헌금 봉투도 준비 안했냐고 막 야단치더군요. 설교하다 열중해 십일조 안내도 빠뜨리고요.(웃음)”
W스토리와 청란교회는 어느 교단에도 속해있지 않다. 다만 그는 “설립 취지를 생각하면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교단’으로 부르고 싶다”라고 했다.
흰 눈이 그대로 남아 있는 W스토리 곳곳에는 한국 교회의 갱신이라는 그의 염원이 짙게 배어 있다. 버려진 종을 복원한 사랑의 종에 이어 ‘Where am I?’라는 표지의 미로, 청란교회가 보인다. 뒤편에는 2.5km의 주기도문 길이 조성돼 있고, 심지어 스모킹 존도 있다. “담배 피우는 분들도 와야 하는 것 아니냐? 북한강 풍광을 배경으로 조성된 이 공간이 육체적, 영적으로 기도하고 치유 받는 쉼터가 되기를 바란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예배 전 카페와 식당용으로 조성된 홀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 뒤 길잡이 역할을 하는 두 아이의 안내를 받아 계단으로 이어지는 침묵의 공간을 거쳐 채플로 향하게 된다.
“교회의 얼굴은 목사가 아니라 예배죠. 예배의 갱신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설교만 강조하다보니 성찬을 잃어버리고 시쳇말로 교회 안나가는, ‘가나안 성도’가 늘고 있어요. 300명이 넘으면 성찬을 제대로 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회의 대형화도 막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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