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땀 흘린 노메달, 금메달만큼 값집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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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게 동계올림픽은 쇼트트랙 세계 대회나 마찬가지야. 다른 경기는 없는거나 다름없지.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히가시노 게이고·비채·2017년) 》
 
겨울올림픽은 엄연히 국제대회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흥행성만 따지면 월드컵이나 여름올림픽 등 다른 국제 스포츠경기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진다. 종목 간 ‘빈부격차’도 심하다. 스피드스케이팅이나 피겨스케이팅처럼 메달과 스타를 대거 배출한 종목과 달리 바이애슬론, 노르딕 복합 등 비인기 종목은 이름조차 낯설다. 언론부터 성적에 따라 ‘효자종목’이란 차별성 짙은 수식어를 갖다 붙인다. ‘올림픽은 승패가 아니라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다’는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 쿠베르탱의 격언도 메달 개수 앞에선 힘을 잃는다.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는 일본 유명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2006년 제20회 토리노 겨울올림픽 관전기다. 겨울스포츠 마니아인 저자는 토리노 겨울올림픽 현장에서 느낀 감정들을 천천히 풀어 나간다. 컬링, 바이애슬론, 스키점프 등 꽤 많은 경기를 챙겨 보지만 저자 역시 인기 있고 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은 경기를 더 많이 더 오래 지켜본다. 토리노로 떠나기 전 ‘스포츠는 메달보다 감동을 주는 게 중요하다’던 그도 비인기 종목 경기는 쉽게 자리를 뜨고 자국 선수의 금메달 소식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스피드스케이팅을 빼곤 메달을 따지 못한 한국을 가리켜 “한국에 겨울올림픽은 쇼트트랙 세계대회”라고 이야기한다. 다 같은 올림픽 경기지만 환호와 박수는 생각만큼 평등하지 않다.

16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우리 선수들이 받을 불이익에 대한 질문에 “여자 아이스하키가 메달권에 있거나 그렇지 않다. 우리 팀은 올림픽에서 한두 번이라도 이기는 것을 당면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함성의 크기에 상관없이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은 모두 대한민국 대표이자 예비 메달리스트다. 테니스의 전설 노바크 조코비치를 누르고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쓴 정현도 원래는 ‘메달권’ 밖에 있는 비주류 선수였다. 메달을 따지 못한 것보다 서러운 건 어쩌면 선수들을 향한 우리의 ‘차별 섞인 시선’일지 모른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히가시노 게이고#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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